
기성용 | 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을 상징하는 미드필더 기성용(36)이 이적을 결심하고 새로운 팀을 찾는다는 소식에 K리그가 들썩이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고위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통화에서 “선수 측이 먼저 포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협상은 어느 정도 진전됐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 본인이 서울과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과의 계약이 반 년 남은 기성용이 계약 해지 등의 절차를 진행한 뒤 포항과 정식으로 계약하는 순서만 남았다는 얘기다. 기성용은 이날 서울 구단을 방문해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도 기성용과 아름다운 이별을 원하고 있는 터라 기성용이 포항 유니폼을 입는 것도 시간 문제로 보인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해 스타로 성장한 간판 선수다. 그는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스완지시티(웨일스)와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요르카(스페인)을 거쳐 2020년 다시 서울로 복귀했다. 기성용은 유럽에서 뛴 시간이 더 길지만, 서울을 상징하는 선수라는 사실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었다.
은퇴 역시 서울에서 할 것으로 점쳐졌던 기성용이 때 아닌 이적을 결심한 것은 ‘뛰고 싶다’는 의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성용은 지난 4월 12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2-2 무)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31분 만에 이승모와 교체된 것이 서울 유니폼을 뛴 마지막 경기였다. 이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났던 그는 6월 A매치 휴식기 팀 훈련에 복귀했다. 기성용은 금세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다. 김기동 감독이 지난해 서울에 부임한 뒤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기성용과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사실 서울은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황도윤과 류재문이 주전을 굳혔다. 황도윤은 쉼없이 달리면서 활동량을 불어넣는 선수고, 류재문은 수비 보호라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 상황에 따라 중원에서도 뛰는 정승원과 백업 멤버 이승모 등의 존재를 감안하면 기성용의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과거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을 지도했던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6월 21일 서울전을 앞두고 “기성용이 벤치에 앉지 못할 정도로 서울의 선수단 퀄리티가 좋다. 지금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냐”고 지적했을 정도다. 기성용도 전북전에서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자 변화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기성용은 에이전시와 함께 새로운 팀을 찾았고,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포항이 주인공이었다. 기성용은 연봉도 계약 기간도 모두 포항에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도 큰 돈을 쓸 수 없는 현실에서 기성용은 나쁜 카드가 아니었다. 포항은 기성용보다 2살이 많은 신광훈이 아직 선발로 뛰는 등 30대 베테랑을 중시하는 기조가 강한 구단이기도 하다. 기성용이 남은 반 년이 넘어 더 오랜 기간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열려있다.
일각에선 기성용이 자신과 인연이 있는 포옛 감독의 전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기성용이 서울을 떠나기로 하면서 팬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 팬들은 모기업인 GS그룹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는 한편 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 근조화환을 보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