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인터뷰

1254명 중 ‘1명’, 전국 유일 여자 야구감독 한승희 “저는 첫 단추일 뿐···여성 야구인의 길, 더 넓어져야죠”

입력 : 2025.07.02 14:41 수정 : 2025.07.02 14:42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 한승희 감독 제공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 한승희 감독 제공

1254명 중 단 1명.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54)은 한국의 유일무이한 여성 야구 지도자다. 야구계의 공고한 성별 장벽을 허문 한 감독은 다음 여성 지도자의 등장을 기다린다.

한 감독은 2023년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의 초대 감독으로서 처음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지원포털에 전국 지도자 수가 기록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줄곧 0명이었던 여자 야구 지도자 수는 한 감독의 부임 이후 ‘1’이 됐다. 2025년 현재까지도 전국 남자 야구 지도자는 1253명, 여자 야구 지도자는 1명이다.

한 감독은 ‘야구를 좋아하는 배구선수’였다. 엘리트 배구를 했던 그는 아들과 함께 야구를 하며 처음 야구공을 잡았다. 2013년에는 여자야구단 ‘후라’에 들어가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야구는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야구의 매력을 더 탐구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그는 2016년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 감독은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지도자 실기 테스트를 볼 때 수많은 응시자 중에 여자는 저 한 명이었다”라고 말했다.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이 리틀야구단 선수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있다. 한승희 감독 제공

한승희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감독이 리틀야구단 선수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있다. 한승희 감독 제공

야구에 빠져들수록 여자야구인으로서의 한계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한 감독은 “여자 프로팀도, 실업팀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더우나 추우나 야구를 하는 여성들이 많다”라며 “아직 프로팀은 꿈도 못 꾸는 현실이지만 여성이 야구를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여자 야구 지도자’라는 선례를 만들고 싶어 지도자의 길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처음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부담도 됐지만 욕심이 났다”라며 “전국에 유일한 여자 야구 지도자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자야구인 육성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여성 지도자로서 겪는 단절감도 크다. 한 감독은 “남자 감독님들은 다들 엘리트 야구나 실업팀, 프로팀에서 같이 야구를 한 사이라 서로 연결고리가 있다”라며 “제가 그사이에 뜬금없이 들어왔다는 느낌에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다”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적게는 6살부터 초등학생에 이르는 유소년들을 지도한다. 그는 “그 나이 때는 무조건 즐겁게 운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감독은 “어릴 때부터 무조건 프로를 목표로 훈련하기보다는 즐겁게 야구하면서 단체생활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선수들. 한승희 감독 제공

수원팔달구리틀야구단 선수들. 한승희 감독 제공

한 감독은 “제가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야구 지도자를 꿈꾸는 다른 여성이 덜 주저하고 이 세계에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여성이 지도자에 도전하는 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3년째 ‘1’을 맡고 있는 한 감독은 다음 여성 지도자를 간절히 기다린다. 2번째, 3번째가 이어지며 여자야구인의 저변이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그는 “다음 여성 지도자는 더 쉽게 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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