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이 악한 얼굴로 갈아끼웠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3’(감독 황동혁, 이하 ‘오겜3’)서 기회주의자 ‘명기’ 역을 맡아 전세계 ‘욕받이’로 날아올랐다.
“‘오겜3’가 공개되면 명기에 대해 호감 갖고 있던 사람들도 배신감을 가질 거라 예상하곤 있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시즌3가 나오지 않는 시기를 즐기고 있었고요. ‘오징어 게임’ 크루 중 ‘이렇게 계속 안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고요. 하하. 이왕이면 욕을 안 먹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명기’를 욕하는 것 자체가 관심의 일종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차피 욕 먹을 것, 확실하게 먹자고 마음 먹었고요.”
임시완은 2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오겜3’ 촬영기와 노재원, 조유리에 대한 애정, 배우로서 가치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명기’는 악인이라기 보다는 겁쟁이죠”
‘오겜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만 ‘기훈’(이정재)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린 이야기다. 임시완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전 여친 ‘준희’(조유리) 대신 혼자서라도 살려고 발버둥치는 코인유튜버 명기 역을 맡았다. 황동혁 감독은 ‘명기’를 가장 현실적인 악인이라고 평한 바 있다.
“저는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촬영할 때에도 명기가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럽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겁쟁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명기의 선택은 ‘오겜3’ 세계관 안에서 잔뜩 겁을 먹고 타파하는 잘못된 방식이었던 거예요. 어리석은 선택이지만요.”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였지만, 스스로도 ‘명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극 중 현주(박성훈)를 죽이면서부터라고 했다.
“전 숨바꼭질 게임 때 ‘현주’를 죽이는 순간 이미 마음 속에서 ‘명기, 쟨 도저히 안 되는 애다’라고 선을 그었어요. ‘현주’는 시즌 2, 3를 통틀어서 드물게 정의로운 인물이었잖아요. 그런데 마지막 게임에서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람들의 평을 보면서, 의외로 사람들의 인내심이 엄청 강하다고 생각했죠. 하하.”
‘오겜3’가 공개된 이후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SNS 팔로워 수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팔로워들이 ‘명기’를 욕하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었어요. 다양한 언어로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배신감 느꼈다는 댓글들도 많고요. 전세계서 날 ‘명기’로 처음 알게된 사람들이 많은 거라, 전 그런 반응을 그냥 즐기고 있어요. 다만 앞으로 또 어떤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이돌 조유리, 성장가능성 무한한 배우될 터”
그는 ‘아이돌 겸 배우’란 공통분모가 있는 조유리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 친구가 연기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도 현장에서 담대하게 굴더라고요. 큰 프로젝트고 대단한 선배나 감독, 스태프들이 있는 현장이라 충분히 긴장할 만한데 걱정과 달리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의연하게 보여줬어요. 쫄지 않고요. 그래서 조유리는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배우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함께 호흡한 남규 역의 노재원에 대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노재원은 연기의 생동감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집요하게 굴리는 배우예요. 조금이라도 기시감 있는 감정이나 언어들이 있으면 그것에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생동감이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니까 매 테이크 제가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대단한 배우죠. 또 한편으론 극 중 ‘남규’가 ‘명기’에게 편을 먹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현주’를 죽이는 빌런의 루트를 타지 않았을 텐데, 그런 탓도 조금은 하고 있습니다. 하하.”
이번 작품으로 배우로서 얻은 것은 ‘미묘한 선타기’ 기술이다.
“배우로서 단점은 융통성이 없다는 거예요. 제가 마음으로 동하는 바가 생기면 성실하게 따라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따지곤 하거든요. 스스로 답답하리만큼 진도가 안 나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 ‘오겜3’를 찍으면서 ‘명기’가 어떤 인물인지 혼란스러웠는데, 감독과 대화하며 그 혼란을 뚫고 미묘한 선타기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로선 아주 유의미한 과정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