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원 클럽 맨’ 김재호 “두산이요? 저를 선택했고, 제가 선택했죠···죽을 때까지 못 잊어요”

입력 : 2025.07.06 17:14
선수 시절의 두산 김재호. 두산 베어스 제공

선수 시절의 두산 김재호. 두산 베어스 제공

“저를 선택해준 팀이자 제가 선택한 팀이죠.”

두산의 ‘21년 원 클럽 맨’ 김재호가 잠실 홈에서 선수 생활 마침표를 찍는다. 김재호는 “두산은 처음에 저를 선택해준 팀이고 나중에는 제가 선택한 팀이다”라며 “저에게 ‘두산 베어스’는 죽을 때까지 남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호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T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한 그는 이날 경기에 특별 엔트리로 등록됐다.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양의지, 김재환, 김재호 순서로 타순을 짰다”라며 “은퇴식이 결정되고 처음부터 김재호를 선발 라인업에 넣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2004년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는 2024년까지 21시즌을 뛰며 1793경기에서 타율 0.272(4534타수 1235안타), 54홈런, 600타점을 올렸다. 두산 ‘원 클럽 맨’으로서는 구단 역대 최다 경기 출장, 유격수 최다 안타, 타점, 홈런 기록이다.

이날 잠실야구장은 김재호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붐볐다. 구단은 김재호가 선수 시절 사용한 등번호 ‘52’에서 착안한 문구 ‘ALL TIME NO.1, 5HORT 2TOP(영원한 넘버원 유격수)’를 은퇴식 슬로건으로 정했다.

김재호는 이날 선수의 마음가짐으로 잠실야구장에 나왔다. 현역 시절 루틴대로 출근해 경기 전 훈련까지 소화했다. 그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조성환 감독대행)이 끝까지 뛰라시면 뛸 것”이라며 웃었다.

김재호는 2015~2016년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떨쳤다. 김재호와 선수 생활 기간이 겹치는 내야수 출신 조 대행은 “현역 때 재호에게 ‘같이 키스톤 콤비를 해보 싶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 대행은 “지도자가 돼서 한 팀으로 만난 김재호는 생각 이상으로 더 좋은 선수였다”라며 “수비 훈련할 떄 김재호보다 더 진지하게 하는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의 두산 김재호. 두산 베어스 제공

선수 시절의 두산 김재호. 두산 베어스 제공

이강철 KT 감독은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땐 ‘짜증 날 정도로 수비를 잘하는 선수’였다”라고 김재호를 평가했다. 2018년 두산 1군 투수코치였던 이 감독은 “김재호는 수비력이 좋아 1군에 올라왔고 기회를 받으면서 타격에도 눈을 뜬 선수”라며 “방망이만 좋아서는 야구를 오래 할 수 없다는 걸 다른 선수들이 김재호를 보며 배웠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고향 팀을 향한 뼈 있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제가 은퇴하고 나서 두산의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아서 ‘무책임하게 떠났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라며 “이제 팀이 현실을 생각하고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두산에서 21년간 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5년 우승을 꼽았다. 그는 “제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었다”라며 “프로에 와서도 우승을 못해서 눈물을 흘린 시기가 많았는데 2015년에 우승하면서 앞서 흘린 눈물의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21년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좋은 시기보다 안 좋은 시기가 더 길었던 것 같다”라며 “좋았던 짧은 시기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고 힘든 시기에 겪은 일들도 큰 재산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제 은퇴식을 못 보고 가셨다는 게 마음에 가장 걸린다”라며 “아버지 덕분에 야구를 할 수 있었는데 좀 더 멋있는 아들로서 은퇴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려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김재호는 “제가 생각보다 냉정하다. 은퇴 행사를 할 때 안 울려고 한다”라면서도 “누가 옆에서 울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주변에서 안 울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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