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심 얻고 걱정은 제로, 구속은 위로

입력 : 2025.07.07 06:00 수정 : 2025.07.07 06:01

인생구종 찾은

두산 박치국

두산 박치국 |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박치국 | 두산 베어스 제공

포심도 투심도 아닌 교본에 없는 ‘패스트볼’ 장착하고 세부지표 ‘커리어 하이’…9년만에 다시 기대주 급부상

프로야구 두산 사이드암 박치국은 프로 2년생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할 때만 하더라도 투수 유망주 그룹에서 앞 순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첫인상의 강렬함이 오히려 큰 짐이라도 된 듯 좀체 가볍게 달려 나가지 못했다. 2020년 63경기에 출전해 4승4패 7홀드 평균자책 2.89로 반짝했지만 그 흐름이 다시 끊겼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부상 탈출 뒤에는 제구 밸런스를 찾지 못해 기대했던 만큼의 입지를 만들지 못했다.

크고 작은 물음표로 보낸 8시즌을 뒤로 하고 박치국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박치국은 5일 현재 올시즌 45경기에 등판해 1승1패 1세이브 9홀드에 평균자책 3.03을 기록하고 있다. 세부 지표는 더욱 더 좋다. 수비무관자책점(FIP) 2.79에 WHIP 1.14로 투구 내용을 입증하는 각종 수치로 데뷔 이후 정점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치국은 아주 이례적인 처방으로 일어섰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오노 카즈요시 퓨처스 투수코치로부터 받은 제안 하나로 ‘인생 구종’을 만들었다.

패스트볼은 대개 구속과 구위로 특장점을 만드는 ‘포심 패스트볼(Four-seam fastball)’과 볼끝 변화에 초점을 맞춘 ‘투심 패스트볼(Two-seam fastbalI) 두 구종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박치국이 올시즌 주로 던지는 ‘직구’는 ‘제로심 패스트볼(Zero-seam fastball)’이다.

‘제로심 패스트볼’은 어찌 보면 ‘야구 교본’에는 없는 구종이다. 검지와 중지를 실밥 네 곳에 교차하듯 걸치게 되는 ‘포심’도, 검지 중지를 실밥 두 줄기에 나란히 얹어놓는 ‘투심’도 아니다. 실밥을 피해 검지와 중지를 가죽 표면에 올려놓고 공을 던진다.

대부분 투수는 실밥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공을 제어한다. 미끄러운 가죽 표면만 눌러 쥐고 공을 던지게 되면 그만큼 제구도 어려워진다. 예컨대 공 던지는 투수도 공 받는 포수도 투구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이 힘든 ‘너클볼’이 바로 그런 원리로 움직인다.

그런데 박치국은 가죽 표면에만 손가락을 올려놓고도 다른 결과를 얻고 있다. 볼의 움직임과 볼의 위력이 모두 상승했다. ‘제로심 패스트볼’ 대부분은 투심 궤적으로 왼손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듯 떨어질 때가 많은데 때로는 체인지업이나 싱커보다 변화가 더욱 많다. 포심패스트볼보다 구속이 더 나오기도 한다.

박치국은 최근 잠실구장에서 만난 기자의 물음에 “처음 배워서 던져봤는데 손에 잘 맞았다. 제구 어려움도 크지 않았다”며 “경기수가 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하는 어떤 데이터팀에서도 ‘제로심 패스트볼’은 따로 체크하지 않는다. 공 움직임에 따라 ‘투심’과 ‘포심’으로 나누는데 박치국은 올시즌 ‘포심’으로 구분한 패스트볼은 평균구속 146.3㎞, ‘투심’은 평균구속 144.7㎞를 기록하고 있다. 어떤 구종으로 표시되든, 박치국은 패스트볼 평균구속으로도 데뷔 9년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두산은 풍파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불펜진에도 더운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박치국은 변수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선명한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박치국의 ‘제로심 패스트볼’은 오래 묵은 상념을 잊게 해주는 ‘무심(無心) 패스트볼’이 돼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구종’을 만난 박치국이 돌고 돌아 9년 전 바라고 기대했던 궤도로 올라서고 있다.

제로심 얻고 걱정은 제로, 구속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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