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축구팬. 게티이미지
이란 축구대표팀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란 국민은 개최국 미국 입국이 금지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란 현지 축구계와 팬들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하고 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7일 전했다.
테헤란에 본사를 둔 보르나통신의 알리 레자이는 가디언을 통해 “단지 이란인이라는 이유로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모욕적이다. 이는 모든 축구 팬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 3월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 2번째 국가로 확정됐다. 그런데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습과 입국 금지령을 동시에 단행하면서, 이란 대표팀은 입국이 가능하지만, 일반 국민과 언론인은 미국 땅을 밟을 수 없다. 미국 정부가 이란 정권과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란 시민에게까지 차별 정책을 펼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FIFA가 현실적 타협안으로 이란 대표팀 경기를 미국이 아니라 캐나다나 멕시코에 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란팬들은 “실질적 해결이 아닌 회피”라며 “FIFA가 직접적으로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월드컵 기간 중만이라도 입국 금지를 유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캐나다에서 경기를 치를 경우, 현지 이란계 이민자들의 응원이 기대되지만, 그들도 결코 일방적인 지지자는 아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많은 이란인들은 축구대표팀을 이란 정권의 대변자로 여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이란 대표팀은 관중의 야유나 압박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을 포함해 19개국 국민에 대해 전면 또는 부분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들 중 수단, 시에라리온,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은 여전히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칼럼니스트이자 번역가 이사 아지미는 “2026년 월드컵까지 아직 1년 가까이 남아 있다”며 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FIFA는 항상 ‘정치는 축구와 분리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치 권력 앞에서 독립성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이란 팬들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는 이 상황은 단순한 월드컵 문제가 아니라, FIFA의 존재 이유와 국제 스포츠 공정성이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며 “과연 FIFA는 정치적 압력과 상업적 유혹을 넘어, ‘모든 회원국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책임’을 이행할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