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윤조균 역을 연기한 배우 박용우. 사진 프레인TPC
1994년 MBC 공채 24기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만 30년을 꽉 채워 연기한 배우 박용우에게 유플러스TV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의 윤조균 역은 그의 경력에서 처음 해보는 연쇄살인마 배역이었다. 물론 악역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2005년 영화 ‘혈의 누’에서도 악당을 연기했고, 2009년 영화 ‘핸드폰’에서도 지질한 악당이었다. 하지만 윤조균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해를 하면 안 된다’고 이해한 인물이었어요.(웃음) 이해를 하면 하려 할수록 미궁에 빠지고 상식적이지 않았죠. 상식적이지 않은 인물을 상식적인 제가 이해하려고 하면 각이 생기지 않고 둥글둥글하니까 자세히 따지지는 말자고 생각했죠.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일상적이고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극 중 용천클린세탁의 사장이자 평소에는 ‘최민국’이라는 가명을 쓰는 윤조균은 겉으로는 사람 좋은 세탁소 사장이지만 극 만악의 근원이다. 인체해부에 진심이라 그 도구가 필요해 살인을 하고 그러고 나서는 빨간실로 시체를 기운다. 유희로 살인을 하는 것도 모자라 그 자리에 딸을 조수로 쓴다. 이 이야기는 그 조수였다 부검의가 된 딸과 여전히 살인마인 아버지가 서로를 이끌고 뒤섞는 내용이다.
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윤조균 역을 연기한 배우 박용우. 사진 프레인TPC
“진한 색깔로 시청자분들께 무언가를 남겨드렸다면 보람이 있는 거죠. 뭔가 처음 시도하거나 흔치 않은 캐릭터를 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을 할 때 이것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게 잘 소화됐다면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않은 연기를 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박용우는 앞서 열린 이 작품의 제작발표회에서 희대의 살인마 제프리 다머나 찰스 맨슨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연구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이들의 바탕에는 공감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그들의 표정 하나 동작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사람은 바로 ‘염치가 없는 사람’이에요.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을 때 이 부분을 생각했죠. 어떤 죄를 저지름에 있어 죄의식이 없고, 대단히 힘을 주지 않죠. 아무렇지 않게 즐거움을 찾고, 늘 했던 일처럼 일상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윤조균 역을 연기한 배우 박용우 출연장면. 사진 STUDIO X+U
그런 모습 때문에 탑차 안에 해부실을 차려놓고 항상 작업 전 음악을 틀고 즐거움을 느끼듯 해부를 하는 그의 모습은 더욱 전율을 일으켰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상황에 전율을 느낄 수 없지만, 배우 박용우가 캐릭터 윤조균을 볼 때 느끼는 ‘특별한 전율’이 그를 이 캐릭터로 이끌었다. 사실 박용우는 이 작품을 하면서 이영애와의 조우로 관심을 모았던 KBS2 드라마 ‘은수 좋은 날’ 등 무려 세 작품을 함께 찍었다.
“재작년 겨울부터 지난해는 영화까지 네다섯 편을 한꺼번에 찍는 시간이었어요. 배우로서는 당연히 행복한 시간이었죠. 억지로 하기 싫을 때 빼고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해 기본적인 판단은 할 때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어요. 제게는 그 기준이 바로 ‘설렘’이었죠.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고, 감정적인 결핍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이 작품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사계절을 지나면서 전국을 오가는 촬영. 그리고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그에게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작품은 역할 자체가 설렘을 주든 연출자가 함께하고 싶은 인물이건, 동료배우들의 존재가 스스로의 역할이 작더라도 꼭 함께하고 싶은 의미가 있다면 서슴없이 선택했다.
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윤조균 역을 연기한 배우 박용우 출연장면. 사진 STUDIO X+U
“이번 작품 역시도 캐릭터가 좋았지만 딸 세현 역의 배우 박주현이나 형사 정현 역의 배우 강훈 등 함께 하는 이들과 계속 소통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후반부 갯벌 장면 등은 너무 추워서 힘들었을 텐데, 어려운 여건에서도 힘을 다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합니다.”
곧 공개될 이영애와의 작품 ‘은수 좋은 날’의 경우는 이영애라는 배우가 주는 설렘이 컸다. 박용우는 데뷔 초 단역 시절 MBC의 한 작품에서 주연인 이영애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다시 하며 기억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또 다른 주연 김영광과는 영화에 함께 캐스팅돼 촬영을 보름 정도 앞두고 있었지만, 안타깝게 멈춘 적이 있다. 이렇듯 연기 30년 차인 그에게는 아직도 ‘설렘’이 가장 큰 동력이다.
“지금까지의 연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흥행이나 수익 등 현실적인 부분이 이유라면 불행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작품을 택하고 임하는 데 있어 하나라도 설렘을 지키고 이를 포기하지 않고 선택한다면, 좋은 마음을 경험할 수 있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플러스TV 오리지널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에서 윤조균 역을 연기한 배우 박용우. 사진 프레인TPC
그는 인터뷰 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오늘의 설렘’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먹는 맛있는 김치찌개의 맛이 언젠가 있을 수도 있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광보다 더 앞서는 설렘. 그의 작은 설렘이 모여 큰 연기를 만들고, 이 설렘은 관객과 시청자에게 결국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