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민재(가운데)와 박해민이 30일 잠실 KT전에서 수비 이닝을 마친 뒤 들어오며 투수 손주영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지난 30일 잠실 KT-LG전, 3-0으로 리드하던 LG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9번 박해민이 바뀐 투수 손동현을 상대로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이어진 1번 신민재 타석, 박해민이 손동현의 초구 패스트볼에 바로 2루를 훔쳤다. 신민재는 2루를 빼앗긴 KT 배터리가 숨 고를 틈을 주지 않았다. 2구에도 패스트볼이 날아들자 3루 쪽 기습 번트로 대응했다. LG는 제대로 맞은 안타 하나 없이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빠른 주자 둘이 한꺼번에 출루해 있자 KT는 자멸하듯 흔들렸다. 2번 문성주 타석에서는 다시 바뀐 투수 전용주의 1루 견제구 실책까지 나온 끝에 LG는 쐐기점과 다름없는 2점을 추가로 얻었다.
야구는 ‘운’의 비중이 상당 비율 작용하는 종목이지만, ‘필연’의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박해민이 출루한 뒤 손동현이 초구에 빠른 직구를 던진 것도 1루 주자의 발을 의식한 선택일 수 있었다. 무사 2루, 신민재 타석에서 다시 직구가 날아온 것도 ‘홀짝 놀이’ 같은 단순 확률 게임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는 신민재가 기습번트를 하기에는 최적의 구종이 됐다.
후반기 들어 LG가 훨훨 날고 있다. 지난 30일 현재 후반기 11경기에서 9승2패(0.818)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 독주하듯 달아나던 선두 한화도 사정권으로 당겨놓았다.
LG 신민재가 30일 잠실 KT전 득점 뒤 기뻐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이 30일 잠실 KT전에서 득점 뒤 문성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후반기 LG 야구에 활력이 붙은 주요 배경 중 하나가 신민재와 박해민의 발과 재치에 있다. 전반기 중반 이후로 공백과 숙제 해결에 바빴던 LG 야구는 후반기 들어 둘의 움직임에 따라 ‘신박’해지고 있다.
홍창기 부상 공백 이후에 대체 톱타자 콘테스트에서 생존한 신민재는 후반기 타율 0.368(38타수 14안타)에 OPS 0.968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루율이 0.468로 찬란하다. LG는 지난 5월 홍창기가 무릎 부상으로 빠진 뒤 홍창기 고유 지분과 다름없는 톱타자의 ‘4할 출루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신민재가 그 숫자들을 하나하나 되찾아오고 있다.
여러 타순에 유연하게 서고 있는 박해민은 후반기 타율 0.270(36타수 10안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후반기에만 도루를 8개나 추가하며 영양가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출루 이후 상대 배터리에 전하는 압박감으로 후속타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LG는 후반기 11경기에서 58점을 뽑았는데 신민재(10득점)와 박해민(8득점)이 31%에 해당하는 18득점을 했다.
LG는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주자가 나가면 ‘뛸 수 있다’는 팀 색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늘어난 도루 성공 횟수보다 떨어진 도루 성공률이 부각되며 ‘효율성’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올해 LG의 후반기 시작은 움직일 만한 선수들이 움직이며 상대팀에 이견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LG의 후반기 도루 성공률은 0.75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