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한화 감독이 5일 대전 KT전에서 역투한 문동주를 안아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는 지난 주말 광주 KIA 3연전 중 두 경기가 우천 취소돼 선발 로테이션에 여유가 생겼다. 8일부터 열릴, 선두 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LG와의 잠실 3연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감독이 선발 운영에 어떤 변화를 줄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5일 대전 KT전에 기존 선발 순서대로 우완 문동주를 내보냈다. 1선발인 코디 폰세를 당겨 쓴다면 주중 두 차례 기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순리’를 택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영건’ 문동주를 향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포스트시즌까지 간다고 생각하고 (폰세를 무리시키지 않으면서) 로테이션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지금 문동주의 공이 아주 좋다. 상대 외국인 투수와 대결이지만 문동주가 지금 잘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4년 차 문동주가 개인 최고의 피칭으로 그 믿음에 화답했다. 문동주는 이날 7이닝을 2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쳤다. 삼진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0개를 잡았다.
공에 힘이 있었다. 문동주는 이날 이번 시즌 KBO리그 최고 구속인 시속 160.7㎞의 빠른 공을 던졌다. 6회초 이정훈에게 4구째 던진 공이었다. 이정훈이 배트를 휘둘렀지만 파울이 됐다. 문동주는 팀 후배인 마무리 김서현이 5월4일 광주 KIA전에서 9회말 김도영을 상대로 던진 초구 시속 160.5㎞를 넘는 새 기록을 작성했다.
문동주는 데뷔 때부터 파이어볼러로 유명세를 탔다. KBO리그에서 공식적으로 시속 160㎞를 넘긴 첫 국내 선수이기도 하다. 문동주는 2023년 4월12일 광주 KIA전에서 시속 160.1㎞의 강속구를 던졌다. 시속 160㎞ 이상의 구속이 나온 건 2013년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최고 162.1㎞)와 2016년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최고 160.4㎞)에 이어 문동주가 세 번째였다. 이때까지는 2011년부터 운영한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잡은 구속이었다.
KBO는 올 시즌부터 트랙맨을 ‘리그 공식 구속 측정 장비’로 채택했다. 최고 구속을 ‘공식 기록’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구속 측정 방식’을 일원화해 신뢰도를 높였는데 문동주가 또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투였다. 5회까지 투구수는 69개에 불과했다. 스트라이크를 55개나 잡는 공격적인 투구였다. 3회에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는 등 매 이닝 삼진 행진을 이어갔다. 김 감독과 팀 리더 류현진은 최고의 피칭을 펼친 문동주를 가볍게 안아주며 칭찬을 대신했다.
문동주는 이날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2-0으로 앞선 채 문동주가 내려간 8회 불펜진이 무너졌다. 조기 투입한 마무리 김서현까지 난조를 보이며 한꺼번에 5실점, 2-5로 역전패했다.
문동주는 부진 속 조정기를 갖고 돌아온 6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문동주는 한화가 공들여 키우는 토종 에이스다. 승리는 놓쳤지만 KT전에서 확인한 그의 성장은 ‘포스트 류현진’ 시대를 준비하는 한화에 반가운 일이다. 현재 8승(3패 평균자책 3.13)으로 개인 최다승과 타이를 이룬 문동주는 남은 시즌 첫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 진입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