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주장 나성범이 승리 뒤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전반기를 4위로 마쳤다. 45승3무40패(0.529)로 승률 5할을 넘겼다. 지난해와 같은 최정예 라인업으로 출발했으나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서 나온 기적이었다. 오선우를 중심으로 김호령, 김규성, 성영탁 등 1·2군을 오가던 백업 선수들이 대활약 한 KIA는 ‘함평 타이거즈’라고 불렸다.
KIA는 후반기를 꼴찌 성적으로 달리고 있다. 26일까지 치른 후반기 29경기에서 9승1무19패를 기록했다. 시즌 꼴찌 키움(11승1무19패)보다 못한 후반기 최악의 성적으로 26일까지 KIA는 8위에 머물고 있다. 54승4무59패. 승률(0.478)은 5할 아래로 떨어졌다. 후반기를 시작한 지 40일 만에 승패마진이 +5에서 -5로 바뀌었다.
후반기 KIA는 기다렸던 ‘완전체’를 어느 정도 갖추고 야구했다. 그러나 함평 타이거즈가 버티며 쌓아놓은 승수를 완전체가 까먹고 있다. 오선우(3400만원), 김호령(8000만원), 김규성(6500만원), 성영탁(3000만원) 등 팀내 저연봉 선수들의 활약에 벅찬 감동까지 느끼던 KIA는 기대했던 ‘주전’들의 부진에 이제 울고 있다.
KIA는 올시즌 야수 주축들의 부상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면서도 투수들의 헌신적인 활약에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마다 이 마운드에서 폭탄이 터졌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필승계투조의 조상우와 정해영이 올시즌 합쳐서 12패를 기록 중이다.
KIA 마무리 정해영. KIA 타이거즈 제공
조상우는 KIA가 2연속 우승 준비에 방점을 찍고자 영입한 야심작이다. 신인지명권 2장에 현금 10억원까지 얹어주고 키움에서 데려온 조상우의 연봉은 4억원이다. 조상우는 4승에 25홀드를 기록했지만 6패, 블론세이브도 3차례나 저지른 채 평균자책 4.72를 기록 중이다. KIA가 환희의 6월을 보낸 직후 급강하 한 7월의 조상우 평균자책은 14.21이다.
지난해 세이브왕인 마무리 정해영은 올해도 26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6패나 안고 있다. 블론세이브도 6차례 기록했다, 7월 이후 평균자책이 7.71이다. 정해영의 연봉은 3억6000만원이다.
필승계투요원의 패전 수가 선발투수급이다. 리그 전체 중간계투 중 둘보다 패전 수가 많은 투수는 NC 전사민(7패)밖에 없다. 전사민의 연봉은 3800만원이다.
전반기부터 둘은 잘 던지다가도 상승세로 가는 승부처마다 역전패로 분위기를 꺾었다. KIA 추락의 시발점이 된 후반기 출발, 7월22~24일 광주 LG 3연전에서도 정해영(22일)과 조상우(23일)는 차례로 패전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7연패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기운차린 KIA가 상승세로 전환해 맞이한 승부처에서도 무너졌다. 8월15일 잠실 두산전에서 블론세이브를 하고 역전패 원인을 제공한 정해영은 이튿날인 16일에도 패전투수가 돼 2군으로 갔다. 조상우는 26일 인천 SSG전에서도 5-6으로 뒤진 6회 등판하자마자 홈런을 얻어맞았다.
KIA 조상우. KIA 타이거즈 제공
부상당했던 핵심 타자들이 돌아온 후반기에 오히려 추락하는 것은 KIA가 땅을 치며 울고 싶은 지점이다. 김도영은 시즌을 마감했지만 나성범, 김선빈은 회복해서 돌아왔다. 김선빈은 0.350, 나성범은 0.333으로 후반기 KIA 팀내 최고 타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KIA는 해결사를 찾지 못해 26일까지 다시 6연패에 빠졌다.
1-2로 진 24일 광주 LG전에서는 현재 KIA의 리더 없는 타선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3안타를 치고 볼넷 5개를 골라 선발전원출루를 하고도 1득점밖에 못해 잔루 15개를 기록했다. 23~24일 LG전에서 29개 잔루를 쏟아내는 과정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이나 투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력이 떨어졌더라도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는 승부욕, 팀워크, 끈기로 이겨내고 새 흐름을 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러나 KIA는 올해 ‘라이벌’이었어야 할 LG와 3연전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선빈, 나성범, 박찬호가 주루사 하고 수비 실수로 교체되기도 했다. 김선빈은 2차전이었던 23일 LG전에서는 아예 선발 제외됐다. 나성범(8억원), 김선빈(6억원), 박찬호(4억5000만원)는 모두 고액 연봉 선수들이다.
KIA 김선빈. KIA 타이거즈 제공
함평 타이거즈로 불리던 타자들은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다. KIA가 후반기 주축 타자들의 복귀를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다. 팀이 위기에 놓였을 때 풀어가는 경험을 전해주고 분위기를 끌어가는 것도 스타급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KIA는 위기의 연속이었던 후반기, 선수단끼리 자체 미팅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성범은 현 주장, 김선빈은 전 주장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100억원대 다년계약도 잦아진 근래 프로야구에서 여전히 성적 부진은 감독과 코치들의 ‘책임’으로만 끝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FA 계약 선수들은 ‘무조건’ 선발라인업에 포함되고, 시즌 뒤 연봉 고과 산정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선수들이 받는 고액 연봉에는 많은 기대요소가 포함돼 있다. 경기력은 물론, 위치에 걸맞는 책임의식은 그 중 핵심이다.
7개월 전, 통합우승의 뒷풀이로 비즈니스석을 탔던 KIA 선수들은 지금 역사적인 불명예 위기에 직면해있다. 고액 연봉 선수들부터 절실하게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때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통합우승 다음 시즌 가을야구에도 못 간 사례는 6번뿐이다. 2000년대 이후로는 2005년 현대(7위), 2010년 KIA(5위), 2021년 NC(7위)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