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정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1인2역을 맛깔나게 연기하는데 노개런티를 선언했다. 연기에 대한 댓가는 영화 흥행에 따른 러닝개런티로 책정한다. 기존 영화제작 시스템이 무조건 옳은 것인가.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로 그는 한국영화계에 또 한 번 생각해볼만한 화두를 던진다.
“처음 이 영화를 초저예산으로 만들겠다고 연상호 감독이 말했을 때 ‘이게 되나’ 싶었지만, 워낙 원작인 그래픽노블 ‘얼굴’을 제가 좋아하는 책이라 영화로 만들면 꼭 저를 캐스팅해달라고 했었거든요. 그게 현실화되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때마침 스케줄도 맞았고요. 그래서 흔쾌히 출연하기로 했는데, 출연료를 약소하지만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받기보다는 더 보태서 우리 팀 회식비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노개런티로 출연하겠다고 했죠. 사실은 연 감독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도 크고요. 이왕 도와주는 거 화끈하게 도와주는 게 좋잖아요?”
박정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얼굴’ 촬영기와 안식년을 선언하고 출판사 ‘무제’를 일궈나가는 근황 등에 대해 전했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억원에 제작, 도전해볼만한 방식이라 생각해요”
‘얼굴’은 실명했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와 그를 존경하는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평소 친분있는 배우들끼리 뭉쳐 시너지 효과를 더한다. 총 제작비 2억원으로 완성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돌이켜봐도 신기해요. 3주간 13회차에 걸쳐 찍었는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촬영 감독, 동시녹음기사 등도 자신의 팀원 하나 없이 혼자 나와서 막내들이 하는 일까지 직접 나서서 뛰니, 배우들도 그냥 앉아만 있을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20여명 안팎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힘을 합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얼굴’ 속 박정민.
이런 컴팩트한 제작 공정은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지적받아온 국내 영화 제작 생태계에 큰 질문 하나를 안겼다.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배우로서도 요즘 극장 환경에 맞춰서 영화 제작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긴 해요. 사실 이 정도 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했던 건 그동안 주변에 마음을 잘 써온 연상호 감독 덕분이었는데요. 연 감독 역시 ‘투자 받지 않고 온전히 내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오롯히 촬영하고 싶다’고 말해온 것처럼 그대로 진행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서인지 현장에서 더 신나 보이더라고요. 이 영화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결과에 따라서 이런 시도를 하는 누군가가 또 나타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생기긴 합니다.”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얼굴 한 번 안 나온 신현빈, 출연 결정 대단해”
배우로서 얼굴이 안 나오는 실험적 연기에 도전한 이도 있었다. 신현빈이다.
“신현빈과 친구로 지낸지 오래되어서 농담도 주고받는데, ‘이렇게 얼굴이 안나오면 뭣하러 현장 나오냐’라고 농담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큰 도전일 수 있는데, 현빈인 재밌는 시도일 것 같아서 선택한 것 같더라고요. 현장 오기 전 캐릭터 분석에 있어서도 굉장히 많이 준비해왔고요. 목소리도 자신의 것이 아닌 좀 더 어눌하게 만들어서 처음 연기할 땐 저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니까요.”
그는 지난해 배우로서 안식년을 선언하고 출판사 ‘무제’ 대표로서도 열심히 달렸다.
“누군가의 서포트를 받는 배우였다가 작가들을 서포트해야하는 출판사 대표가 되니 역지사지의 마음이 되더라고요. 일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해야하고, 작가들이 조금 더 글을 잘 쓸 수 있게 신경써야하니까 저를 서포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됐고요.”
무제에 대한 방향성과 색깔도 정해졌다고 말했다.
“세상에 나와야만 하는 책이 있다면, 들여다봐야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꼭 책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착한 책을 만드는 회사가 되길 바라요. 제가 다른 출판사 대표보다 인지도가 높고 유명하다면 스피커가 남들보다 더 크다는 뜻인데,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가 되는 거라면 기왕이면 조금 더 작은 목소리의 스피커가 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