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연에 사랑을” 강경헌, 30년 지탱한 원동력

입력 : 2025.09.22 06:45 수정 : 2025.09.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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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헌. 마스크스튜디오

강경헌. 마스크스튜디오

“사랑이 없으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라도 최선을 다해 사랑을 건넵니다.”

30년차 배우 강경헌이 긴 세월 연기 활동을 버틴 힘, 현장을 움직이는 에너지, 그리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열쇠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결국 ‘사랑’이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스포츠경향은 KBS 새 일일드라마 ‘여왕의 집’에서 활약한 배우 강경헌을 만났다. ‘여왕의 집’은 완벽한 삶이라고 굳게 믿었던 여자가 인생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 벌어지는 인생 탈환 복수극이다. 강경헌은 본인의 욕망이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세계 10인 안에 드는 여자 기업인, 강미란 상무로 분했다. 100부작이나 되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소화한 것은 지난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울지 않는 새’ 이후 10년 만이다.

“오랜만에 일일드라마라 긴장도 걱정도 컸어요.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한 지가 오래 돼서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러나 100회를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캐릭터에 젖어지는 것 같아요. 훨씬 더 밀접하게 그 캐릭터 자체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장은 하루하루가 입시 같았다. 일주일에 35분짜리 다섯 편을 뽑아야 하는 일일극의 속도 속에서, 그는 엄청난 대사량과 체력 소모와 부단히 싸워야 했다. ‘집중만이 답’이라는 마음으로 연기에 몰입했고, 분장실과 세트장을 오가며 틈틈이 동료 배우들과 눈을 맞추고 대사를 맞췄다.

“일일극은 정말 분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요. 월요일에서 수요일에 녹화해 온종일 긴장 상태로 있습니다. 촬영 날에는 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나 2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해요. 화면에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굶은 적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힘이 없어 보이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 ‘사랑’으로 채워온 연기 인생

강경헌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그는 정말이지 쉬지 않고 달려온 배우다. 1996년 KBS 슈퍼탤런트 공채 2기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강경헌은 공백기 거의 없이 30년 배우 인생을 꽉꽉 채웠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연기를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함과 연기에 대한 그의 절절한 사랑 덕분이었다.

“어린 나이에 원 없이 연기했으면 그 열정이 식을 만도 한데, 여전히 갈증이 많이 남아있어요.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고 더 깊이 있게 (배역을) 만나보고 싶어요. 연기를 사랑하나 봐요. 아예 사랑을 안 해봤으면 모르겠는데, 한번 해보니 다시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죠. 감질나게. 연기자로서 속상한 것은 아직은 연기를 짝사랑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거예요. 항상 아쉽게 끝나곤 하죠.”

강경헌. 마스크스튜디오

강경헌. 마스크스튜디오

이런 강경헌의 연기 태도는 곧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강경헌은 새로운 작품과 배역을 만날 때마다 인물을 깊이 이해하려고 애쓴다.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그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의 인연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평소에도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럴 수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지,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함부로 하지 않아요. 다만 확실한 건, 지금 주어진 시간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날마다 감사하게 살아가려 한다는 점입니다.”

강경헌은 엘살바도르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후원을 이어왔다. 2021년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서는 “후원하고 있는 아이가 그곳에서 자라고 있어 신혼여행을 엘살바도르로 가고 싶다”고 밝히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며 작은 것에서부터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고파”

30년 연기 생활 하는 동안 KBS ‘사랑과 전쟁’, tvN ‘환혼’, KBS ‘여왕의 집’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움’을 갈망한다.

“그동안 맡았던 배역들이 대체로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카리스마가 강한 캐릭터가 많았죠. 그래서 오히려 그와는 거리가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습니다. 도도하고 예쁜 척하지만 의외의 허당미가 있는, 순수한 캐릭터를 재밌게 소화할 자신이 있고 시청자분들도 좋아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글로벌 OTT 전성기 속에서 강경헌은 OTT 진출 의지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KBS·MBC·JTBC 등 주로 방송사 드라마에 출연해왔고 OTT는 아직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첫발을 내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OTT에서 새로운 작업을 하게 된다면 장르와 연기 스타일 모두 달라질 수 있고, 제 연기의 폭도 한층 더 넓어질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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