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창의성, 고진영 강철 멘털, 박인비 퍼트 능력…다 갖고 싶은 ‘슈퍼루키’ 김민솔

입력 : 2025.09.23 05:50
  • 글자크기 설정
김민솔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CC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10.5m 이글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18년 박세리배 전국초등학교 골프대회에서 입상한 뒤 박세리로부터 상을 받고 있는 김민솔과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에서 짜릿한 이글퍼트 순간의 느낌을 적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긴 일기 내용. 본인·KLPGA 제공

김민솔이 지난달 24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CC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10.5m 이글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18년 박세리배 전국초등학교 골프대회에서 입상한 뒤 박세리로부터 상을 받고 있는 김민솔과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에서 짜릿한 이글퍼트 순간의 느낌을 적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긴 일기 내용. 본인·KLPGA 제공

지난달 한경 레이디스컵 우승컵
10m 이글 ‘이게 되네?’ 싶었죠
자신과 싸움 끝 정규투어 승격
LPGA서도 통하는 선수 돼서
명예의전당 헌액이 최종 꿈

“마지막홀 이글로 우승을 하고 나도 너무 놀랬다. 기다리면서 ‘이게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정규투어라는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할 생각을 하니 설레고 행복하다.” 김민솔(19)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포천 힐스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최종라운드 18번홀(파5)에서 짜릿한 10.5m 이글을 잡고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그날 밤, 일기에 하루를 보낸 느낌을 적었다. 김민솔은 중2 때부터 매일 훈련일지를 적어 매년 한 권씩 채웠다. 이날도 경기 시작 때의 각오와 중간의 실수를 넘어 우승한 순간의 놀라움을 담았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2019년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유해란 이후 6년 만에 추천선수 우승을 거두며 단박에 드림투어(2부)를 졸업하고 정규투어로 승격한 김민솔은 이후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올랐고 OK저축은행 읏맨오픈 공동 19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공동 33위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OK저축은행 읏맨오픈 직후 만난 김민솔은 “우승한 것과 못한 것의 차이가 너무 커서 더 행복한 것 같다. 그냥 좋은 골프장에서 골프 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인생을 바꾼 이글 순간의 감동은 더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퍼트 하고 나서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왔어요. 확신이 없었는데 치고 나서는 ‘아 이거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그 순간을 최대한 길게 느끼고 싶었어요.”

짧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순간에 김민솔의 머리 속에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골프를 처음 시작해, 탄탄대로만 걷다가 아주 잠시 동안 흔들렸던 방황도 이젠 끝이었다.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진 이유다.

2006년 6월 15일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김민솔은 10살이었던 2016년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키가 170cm까지 자랄 정도로 체격이 큰 김민솔을 눈여겨본 경륜선수 출신 큰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이듬해 골프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접어들 때 김민솔은 아버지로부터 엄한 훈계를 들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테니, 제대로 할 게 아니면 지금 그만두라고 말씀하셨어요. 마음을 아주 강하게 먹었고, 엄청 힘든 훈련도 해냈어요.”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코치의 방침에 따라 스쿼트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500회씩 나눠 매일 1500회를 소화했다. 부상위험이 컸지만 “그 때는 모르고 했고,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는 그는 “체력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 정신력이 많이 강해진 것 같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다지게 돼서 그때 코치님께 많이 감사하다”라고 했다.

중학생이던 2019년 대한골프협회 주니어 상비군에 뽑혔고 이후 경기도 용인으로 전학해 더욱 골프에 매진했다.

김민솔이 세상에 이름을 처음 널리 알린 계기는 고교 1학년이었던 2022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스폰서 추천을 받은 김민솔은 리디아 고(뉴질랜드), 릴리아 부(미국), 지노 티띠꾼(태국), 김효주 등 강호들이 출전한 대회 첫날 8언더파 64타를 치며 공동선두로 나섰고 최종 공동 10위를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힌 그에게 KLPGA 정규투어 출전기회가 자주 주어졌고 김민솔은 대부분 좋은 성적으로 화답했다. 한국여자오픈 공동 4위,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 공동 9위, OK저축은행 읏맨오픈 공동 5위로 5차례 프로대회에서 3번이나 톱10에 들었다. 고교 2년생인 그에게 국가대표 주장 타이틀이 붙었고 그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서도 선배들인 유현조, 임지유와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중심 역할을 했고, 대회 마지막날 유현조가 펄펄 날아 당시 세계 1위 인뤄닝 등 LPGA 선수까지 동원한 중국을 제치고 태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뤘다. 그해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 우승도 일궜다.

2024년에는 일본 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오픈 공동 24위(베스트 아마추어), KLPGA투어 두산건설 챔피언십 공동 8위,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준우승(공동 2위) 등으로 당장 프로에서도 우승경쟁을 펼칠 수 있는 준비된 선수임을 입증했다.

큰 기대와 관심 속에 김민솔은 지난해 7월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2025시즌 KLPGA투어를 달굴 슈퍼루키이자 신인왕 후보 0순위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2025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83위로 주저앉았다.

김민솔은 지난 4월 올시즌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추천선수로 출전한 김민솔은 첫날 8언더파 64타를 치고 4타차 단독선두로 나섰다. 시드순위전에서만 부진했을 뿐, 견고한 실력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당시 김민솔이 인터뷰에서 한 말은 큰 화제가 됐다. 그는 “프로로 전향하고 나서 예전부터 스스로 갖고 있던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던 게 있었다. 그 중요한 시기에 여러 가지 질문, 궁금증이 커지며 저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질문들은 기술적인 것에서부터 자신이 왜 골프를 하고 있는가, 골프는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등 철학적인 것까지 매우 다양했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간 그는 지난 8월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고, 이어진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에서 용암처럼 끓고 있던 잠재력을 분출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방황의 시기에 김민솔은 스윙의 개념,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고 코스 안에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연습하면서 경험과 데이터를 쌓으려고 노력했다. 고민과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김민솔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계속 저에게 집중하면서 플레이도, 생각도 많이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됐다”며 골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도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세계강호들과 겨루는 것이다. “올해 1부 투어에서 뛸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을 이뤘으니 남은 시즌에는 좀 더 많이 시도하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제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주변에서도 인정할 때 미국에 도전할 계획이고, 우선 LPGA투어에서 통하는 선수가 된 뒤 장기적으로는 명예의 전당에까지 들어가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본받고 싶은 선수도 많다. “리디아 고와 같은 창의적이고도 유연한 플레이와 고진영 선배의 강한 멘털, 경기력을 닮고 싶어요. 박인비 선배의 차분함 속에서 나오는 강인함, 그런 퍼트도 본받고 싶어요.”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실시간 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