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뒤바뀐 LG 박동원의 빈 글러브 태그···노시환의 ‘계획된 연기(?)’가 만든 역전승 “늘 꿈꿨던 장면, 홈런 보다 짜릿한데요”

입력 : 2025.09.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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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오른쪽)이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7회 동점 득점을 올린 뒤 세이프를 어필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한화 노시환(오른쪽)이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7회 동점 득점을 올린 뒤 세이프를 어필하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26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전.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주목받은 두 팀간 시즌 마지막 3연전 대결은 정규리그 1위 레이스까지 맞물리면서 빅매치로 주목받았다.

정규리그 1위 확정까지 매지넘버 3을 남긴 LG가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한 가운데 경기가 펼쳐지며 다소 맥은 빠졌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가을야구’ 기선제압의 의미가 담긴 1차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한화 선발 류현진(6이닝 7안타 5탈삼진 1실점)은 6회초 1사후 오스틴 딘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할 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은 LG 선발 요니 치리노스(6.1이닝 6안타 6삼진 2실점 1자책)는 7회 1사후 위기를 맞았다. 노시환과 채은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좌익수의 송구 실책이 더해지면서 2·3루에 몰렸다.

LG 벤치는 치리노스를 내리면서, 김영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영우가 첫 타자 하주석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런다운에 걸려든 3루 주자 노시환을 투수 김영우가 몰아갔고, 2루 주자 채은성이 이미 3루에 안착하며 갈 곳이 없어진 노시환은 홈으로 향하며 아웃될 듯 보였다.

이때 어이없는 실책 상황이 겹쳤다. 이미 공을 잡고 있던 포수 박동원 앞에서 주자 노시환이 태그를 피하는 동작을 하자, 박동원이 화들짝 놀라 글러브로 태그를 시도했다가 급히 홈 송구까지 했다. 태그를 피했다고 생각한 노시환은 홈까지 밟았다.

심판의 아웃 선언에 한화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화면에서 박동원이 오른손에 공을 쥔 채로 빈 글러브로 태그한게 확인되면서 득점이 인정됐다. LG 벤치에서는 노시환이 주루플레이 도중 스리피트를 벗어났다고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장면이 승부의 변곡점이 됐다. 한화는 뒤이어 대타 이도윤의 역전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뽑았다. 대타 손아섭의 안타로 이어진 1·3루에서 심우준의 번트 안타까지 더해 1점을 더 달아났다. 한화는 7회에 뽑은 4점을 뽑아 잡은 리드를 지켜 4-1로 승리했다. 한화는 LG의 우승 매직넘버를 3에 묶어두며, 역전 우승을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

경기 뒤 만난 노시환은 “빈 글러브는 보지 못했다. 뭔가 상황이 그럴거 같아 심판에서 세이브를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주루플레이를 포기한 상황처럼 보였던 것은 ‘계획된 연기’였다. 노시환은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파고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포기하는 듯하면서 ‘나 이제 죽여라’하는 페이크를 썼다”며 기분 좋게 경기 상황을 돌아봤다. 또 LG측에서 어필한 스리피트 상황에 대해서는 “최대한 안 벗어나는 선에서 일부러 한 발만 걸치고 한 것도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항상 이런 상황을 상상하긴 하는데 이게 쉬운게 아니다. 그런데 마침 그게 떠올랐다. 연기를 해서 상대 방심을 유도했다”고 기분좋게 웃은 노시환은 “경기에서 실책을 조금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도 결정적인 주루플레이 한 번으로 조금 씻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루플레이였지만 경기를 좌우한 승부처가 돼 홈런보다 더 좋다”며 말했다.

노시환은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다. 긴장 보다는 기대가 크다. 노시환은 “‘가을야구’를 아직 안 해봤지만 선배들은 이런 분위기라도 하더라. 지금 조금 맛보기를 한 것 같은데 너무 재미있다. 막 타오르는 느낌도 있다”며 설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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