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최지훈. SSG 랜더스 제공
선수들의 시야에서,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관중석만큼 벅찬 것은 없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응원을 들으며 힘을 얻는다. 프로야구 누적 관중이 1200만 명을 돌파한 올해, 선수들이 느끼는 현장의 열기는 더없이 뜨겁다.
10년 넘게 그라운드를 누빈 베테랑들은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 박해민(35·LG)은 “야구장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라며 “나는 외야수이다보니 외야석을 많이 보는데 평일에도 외야석이 꽉 차서 놀란다”라고 말했다. 양의지(38·두산)는 “관중이 느는 걸 매년 느끼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 그 소중함을 더 느낀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만원 관중의 함성을 들으며 힘을 얻는다. 양의지는 “공부하는 사람들은 시끄러울 때 집중이 안 될 수 있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많이 와서 응원해 주시면 경기에 더 몰입이 잘 된다”라고 말했다. 손아섭(37·한화)은 “휑한 경기장에서 뛰면 선수들도 힘든데 관중이 많으면 확실히 집중력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팬들이 지난 2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경기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팬들의 열정은 팀의 순위를 가리지 않는다. 일찌감치 리그 10위를 확정한 키움 팬들도 시즌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송성문(29·키움)은 “원정 경기에는 우리 팀 응원단이 안 오는 날이 많은데도 팬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가를 불러 주신다”라며 “원정 경기장에서 팬분들 목소리를 들으면 더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여름 더위가 다 가시지 않았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가을야구를 방불케 한다. 최지훈(28·SSG)은 “주말에도 홈 경기 만원 관중이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는데 어제(9월 20일 두산-SSG전)는 굉장히 많이 오셨더라”라며 “팀 성적이 상승세이기도 하고 리그 3위로 시즌 마지막에 순위 싸움을 하면서 재미있어지는 상황이라 많이 오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지훈은 “저녁이 되면 가을바람이 불기도 해서 가을야구를 미리 하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갓 데뷔한 신인 선수들은 관중으로 꽉 찬 프로 무대가 낯설기도 하다. 1년 차 신인 박관우(19·LG)는 “관중이 많으니 경기를 할 때면 흥분된다”라며 “아마추어 때는 소음이 없어서 집중하기 쉬웠는데 프로에 와서 관중이 많아지니 매 경기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상무 야구단에서 제대한 송승기(23·LG)는 “팬들이 없는 상무 경기와 비교하면 경기의 긴장감이 크게 다르다”라며 “아드레날린이 더 분비되면서 구속도 더 빨라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