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이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호의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성패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모의고사가 열린다. 오는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브라질과 평가전이 바로 그 무대다.
홍명보 감독(56)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남미의 강호인 브라질과 파라과이(14일)를 연달아 상대한다. 빼어난 기술을 자랑하는 남미 축구에 대한 경험을 쌓을 절호의 기회인 이번 평가전에서 관심을 모으는 경기는 역시 브라질전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인 브라질은 세계 최강을 다투던 예년보다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월드컵 통산 최다 우승(5회)을 자랑하는 데다가 23회째인 내년 북중미 대회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본선에 초대받은 단골손님이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브라질과 8번 만나 1승7패로 열세다.
한국은 이번 브라질과 평가전이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변화를 모색 중인 수비 전술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부터 수비 라인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꿨다. 스리백은 수비와 공격에서 모두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9월 A매치 2연전에선 북중미 강호 미국(2-0 승)과 멕시코(2-2 무)를 상대로 합격점을 받았는데, 그보다 한 수 위의 상대인 브라질에도 통한다면 아예 주 전술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꿀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국은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가 부상 우려를 털고 정상 훈련을 소화하면서 만전을 기하고 있다.
마침 브라질도 공격에 힘을 기울이는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그 뒤를 에스테방 윌리안(첼시)과 마테우스 쿠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받치는 공격 전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의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4톱에 가까운 공격 형태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비니시우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올리는 등 4-1 대패를 안긴 주역이었기에 그를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홍 감독은 이번 브라질전을 앞두고 “스리백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력을 키우고, 그 전술을 바탕으로 경기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단계”라면서 “더 강한 상대로 스리백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전을 앞두고 부상에서 돌아온 미드필더 황인범(29·페예노르트)이 독일 태생의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와 어떤 호흡을 펼칠지도 스리백의 안착에서 중요 변수다. 섬세한 패싱 게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황인범과 왕성한 활동량과 에너지, 거침없는 태클이 무기인 카스트로프가 브라질을 상대로 통한다면 새로운 중원 조합이 탄생할 수 있다. 기존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용우(32·알아인)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쓰러진 터라 더욱 절실한 대목이다. 박용우는 수술과 재활로 복귀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해 내년 월드컵 참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화려한 골 사냥을 벌이고 있는 ‘캡틴’ 손흥민(33·토트넘)이 브라질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A매치 136경기에서 53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브라질전에 출전하면 홍 감독과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상 A매치 136경기)을 제치고 한국 남자 선수로는 A매치 최다 출전 단독 1위에 오르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전에서 손흥민의 새로운 기록 달성을 기념해 ‘신구전설 - 차범근이 손흥민에게’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이 태극마크를 위해 보여준 헌신의 가치를 되새기고 그 의미를 팬들과 나누는 자리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