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추석 특집 ‘광복 80주년 대기획-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포스터. 사진 KBS
이번 추석 안방극장의 가장 큰 특징은 콘서트 실황 중계의 번성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 가릴 것 없이 유명한 가수들의 콘서트 실황을 편성해 중계했다. KBS는 이에 광복 80주년이라는 거창한 취지를 앞세워 조용필의 공연을 끌어냈고 SBS는 임영웅, MBC는 이승환 등 ‘공연장인’들의 콘서트를 앞다퉈 방송했다.
실제 성적도 좋았다. 조용필의 공연은 단순한 추석 특집 편성을 떠나 그의 가수로서의 가치, 공력을 모든 세대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의 ‘광복 80주년 대기획-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의 시청률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집계결과(이하 동일업체) 전국 가구기준 15.7%를 기록했다. 추석 당일인 이날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채널을 통틀어 전체 1위 성적이다.
6일 오후 KBS2에서 방송된 추석 특집 ‘광복 80주년 대기획-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주요 장면. 사진 KBS
이 공연은 지난달 6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콘서트의 실황이었다. 조용필은 1997년 ‘빅쇼’ 이후 28년 만에 KBS 단독 공연에 출연했고, 1만8000명의 관객 앞에서 ‘단발머리’ ‘모나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꿈’ 등 전통의 히트곡과 함께 ‘바운스’ ‘그래도 돼’ 등 최근 앨범의 노래까지 30여 곡을 불렀다.
KBS 공연과 관련해 전사(前史)를 다룬 ‘프리퀄’과 본 방송 그리고 비하인드가 담긴 다큐멘터리까지 3부작으로 편성해 확실한 ‘조용필 특수’를 누렸다.
SBS 추석 특집 ‘임영웅 리사이틀’ 포스터. 사진 SBS
2010년대 후반 이후 ‘트로트계의 황제’로 올라선 임영웅의 콘서트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SBS가 방송한 ‘임영웅 리사이틀’은 전국 가구기준 6.2%의 시청률을 올렸다. 임영웅의 공연 역시 지난해 12월27일에서 29일, 지난 1월2일에서 4일까지 총 6일 동안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을 최초로 공개하는 방송이었다.
임영웅의 공연은 KBS2에서도 공개돼 최근 방송된 ‘불후의 명곡’의 ‘임영웅과 친구들’ 역시 연휴에 재방송됐다. 이 콘텐츠는 OTT 플랫폼 웨이브와 티빙의 주요 추석 콘텐츠로 소개되기도 했다.
MBC 추석 특집으로 콘서트 ‘헤븐’을 방송한 가수 이승환. 사진 스포츠경향DB
MBC는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의 콘서트를 골랐다. 지난 8일 오후 11시35분에 열린 이승환의 콘서트는 이승환이 데뷔 35주년을 맞아 기획부터 무대 연출까지 직접 참여했다. MBC는 추석 연휴 초반인 3일 오후에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한국 포크 음악 대표하는 4인방이 참여하는 ‘쎄시봉’의 마지막 콘서트인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를 편성했다.
이밖에도 ENA는 추석 앞날인 5일 저녁 걸그룹 아이브의 첫 번째 월드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 실황을 공개해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가수들의 공연실황 중계는 2020년 코로나19 시대 이후 방송사들이 가장 흔하게 택하는 명절 특집으로 자리 잡았다.
ENA 추석 특집으로 콘서트 실황을 공개한 걸그룹 아이브. 사진 ENA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 실황을 직접 즐길 수 없게 되자 공연장 대신 극장에서 콘서트를 즐기는 수요가 늘었고, 실제 극장가는 많은 가수들의 라이브가 주요 상영목록에 오르고 있다. 이 기조가 안방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조용필의 이번 콘서트의 경우 기획과 녹화에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보통 유명 가수의 경우에도 10억원 규모로 판권을 구매할 수 있다”며 “이런 비용은 특집 드라마나 예능의 방송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3시간 이상의 편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TV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자구책으로 콘서트가 즐겨 쓰이고 있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