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노경은이 9일 인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했다. SSG랜더스 제공
SSG 불펜은 올해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면서 팀 타선이 부진하거나 선발이 흔들릴 때 묵묵히 마운드를 지켰다. SSG가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된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이 때문에 SSG를 상대하는 팀들은 경기 초반에 점수를 내지 않으면 후반에 역전하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불펜진의 어깨가 무겁다. SSG는 예기치 못한 선발진의 악재로 준플레이오프를 힘겹게 시작했다. 경기를 앞둔 주말 드류 앤더슨이 장염을 앓아 9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이 무산됐다. 대신 등판한 2선발 미치 화이트는 2이닝 6피안타 2피홈런 3실점 3볼넷, 충격적인 투구 내용을 보이고 조기 강판됐다.
SSG 벤치는 3회부터 불펜을 소모해야 했다. 김민이 마운드를 이어받아 무실점으로 막았다. 4회 추격조 박시후는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해 2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정규시즌 4선발이었던 문승원이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 이로운, 7회 전영준, 8회 노경은, 9회 조병현은 10개 안팎의 공을 뿌리며 각 이닝을 무실점으로 닫았다.
9월30일 이후 9일 만에 등판한 필승조 전원의 경기력이 준수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1차전을 뼈아프게 내준 SSG가 불행 중 얻은 소득이다. 노경은은 올 시즌 35홀드를 쌓아 2년 연속 홀드왕을 확정했고, 이로운은 33홀드로 리그 공동 2위에 올랐다. 노경은과 이로운은 KBO 최초 30홀드 듀오를 이뤘다. 30세이브를 달성한 조병현의 평균자책은 1.60으로 리그 마무리 중 독보적으로 낮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0.89다.
가을야구 불펜으로 옮긴 문승원의 안정적인 피칭도 다행스럽다. 문승원이 9일 1차전에서 1.2이닝 동안 타자 6명을 상대하며 뿌린 공은 19개였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오른 추격조 전영준도 타자 3명을 상대로 뜬공 2개와 삼진 1개를 잡으며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10일 2차전에는 2002년생 좌완 김건우가 선발로 나선다. 김건우는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여 다크호스로 급부상했고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를 꿰찼다. 다만 아직 포스트시즌 무대 경험이 없다는 점이 변수다. SSG 벤치는 김건우가 흔들리면 불펜으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이다.
베테랑 김광현은 대구에서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데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 4일 NC전에서 5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앤더슨이 남은 경기에 등판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앤더슨은 지난 7일부터 음식물을 조금씩 섭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가을에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불펜이다. 뒷문을 단단하게 걸어잠근 채 타선이 터지기를 바라야 한다. 필승조 막내 이로운은 9일 1차전을 앞두고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정규시즌 때 다 이겨내고 잘 던진 것이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항상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갔었기 때문에 크게 더 긴장할 것 같지는 않다. 정규시즌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공을 던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