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전을 마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손흥민. 연합뉴스
오대영.
한국축구역사상 크게 낯설지 않은 스코어가 브라질전에서 나왔다.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은 브라질에 0-5로 대패했다.
한국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2골, 후반 3골을 내주며 다섯골차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2001년 대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섭 프랑스전, 그해 8월 체코 원정에서 0-5로 대패했다. 당시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완패로 ‘오대영’ 감독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받았다. 한국이 최근 5골차로 패한 것은 2016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스페인에 1-6으로 진 것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브라질을 맞은 한국은 전반 13분 에스테방(첼시), 41분 호드리구(레알 마드리드)에 연속골을 내줬다. 0-2로 후반을 맞은 한국은 후반 4분 만에 2골을 허용하며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후반 2분에는 에스테방이, 후반 4분에는 호드리구가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둘 모두 전반에 골맛을 본 선수. 이달 둘은 나란히 2골씩을 터뜨렸다. 한국은 후반 35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에 다섯번째 골까지 내줬다.
실점 장면마다 기량차가 느껴졌다. 예리한 스루패스 한방으로 선취골을 내줬다. 두번째 골은 호드리구의 개인기에 설영우가 농락당했다. 후반 초반 2실점은 김민재의 볼처리 실패와 역습에 이은 두세차례 패스로 실점하고 말았다. 마지막 실점도 역습에 이은 비니시우스의 단독 플레이로 허용했다. 5실점 중 3실점은 쏜살같은 역습에 이은 실점. 한국 선수들은 몸싸움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골이 들어가는 걸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주 허용한 역습, 상대가 안되는 개인기, 허둥지둥 팀 플레이 등 한국은 브라질보다 잘한 게 전혀 없었다.
홍 감독은 전원 해외파로 선발 명단을 채우며 ‘정예’를 가동했다. ‘캡틴’ 손흥민(LAFA),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백승호(버밍엄시티),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조유민(샤르자) 등이 선발로 나섰다. 홍 감독은 미국, 멕시코를 상대로 치른 지난달 A매치에 이어 이번에도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양쪽 윙백으로는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배치됐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23분에야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흘러나오자 황인범이 시도한 왼발 슈팅이 상대 몸을 맞고 나갔다. 한국은 황인범보다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로 바꾸며 분위기 전환을 모색했으나 외려 후반 초반 수비 실수에 추가골을 헌납했다. 손흥민은 이날 137차례 A매치에 출전, 역대 남자 한국 선수 최다 A매치 단독 1위에 올랐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0-4로 뒤진 후반 17분 씁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손흥민은 브라질전에 다섯번째 출전했지만 한골도 넣지 못했다.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이재성도 세계적인 골잡이들의 무서운 화력만 실감해야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6위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1승 8패를 기록했다. 1999년 3월 홈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긴 뒤로 이날까지 6연패를 당했다. 5점 차는 한국-브라질 경기 역대 최다 격차다. 종전까지는 2022년 6월 맞대결에서 1-5로 진 게 한국이 브라질에 당한 가장 큰 패배였다.
홍명보호는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협회(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0-1) 이후 2개월, 3경기 만에 출범 두 번째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홍명보호는 A매치 9승 5무 2패를 기록 중이다. 홍명보호는 오는 14일 오후 8시 같은 곳에서 파라과이를 상대로 10번째 승리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