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맨유 우승 확정 후 필드로 내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마주친 박지성. itv sport 캡처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소속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 제외 소식을 접하고 혼자 눈물을 흘렸다.
영국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9일(한국시간)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의 한때 냉혹한 결정을 내렸고, 이는 한 선수를 울게 했다. 그는 박지성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박지성의 유명한 ‘절친’ 파트리스 에브라의 입에서 나왔다.
왼쪽부터 에브라, 박지성, 판 데 사르. AFP연합뉴스
에브라는 “나는 박지성에게 겸손과 존중을 배웠다. 그의 조국 한국에서는 이것이 본질적인 가치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전날에 그의 방을 찾아갔다. 그는 ‘괜찮다. 네가 꼭 이겨줘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나에게 방에 혼자 있을 때 울었다고 말했다. 그가 감정을 드러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동료였던 루이 사하 역시 명단 제외 슬픔에 눈물을 보였다. 슬프지만, 팀을 위해 감정을 숨겨야 했다”고 안타까웠던 당시 상황을 밝혔다.
에브라가 말한 시기는 지난 2008년이다. 박지성과 에브라가 있었던 맨유는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의 활약이 눈부셨다.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전 대활약한 박지성. 로이터연합뉴스
맨유는 해당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4강)에서 FC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맨유는 1차전 원정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 킥을 실축해 0-0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를 기록했다. 이후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로 돌아와 2차전을 펼쳤다.
당시 UEFA 챔피언스리그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존재했다. 1, 2차전 득점을 합산해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 팀이 다른 라운드에 진출한다. 동점이면, 원정에서 터트린 득점량을 우선해서 승패를 가르는 규칙이다. 즉, 당시 맨유는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0득점을 기록했기 때문에 2차전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 다득점 원칙에 밀려 탈락한다.
맨유는 바르셀로나와 2차전 1-0 진땀승을 거뒀다. 영국 ‘더 타임즈’와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해당 경기 박지성을 ‘최고 수훈 선수’로 선정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을 대단했다.
박지성이 빅이어(챔스 우승컵)를 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준결승에서 대활약을 선보인 박지성은 결승전에서 볼 수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그를 결승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맨유는 첼시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해 해당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왕좌에 앉았다.
당시 박지성의 명단 제외 소식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선발 명단에 제외된 것에 이어 교체 명단에서도 빠져 퍼거슨은 많은 한국 축구 팬의 비판을 받았다. 또 외신에도 관심사였다. 당시 주전 수문장이었던 에드윈 판 데 사르는 경기 후 “PK 선방 당시 기분”, “우승 후 선수단의 분위기”와 함께 “박지성이 출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퍼거슨 또한 시간이 흐른 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박지성을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라고 고백했다.
박지성이 2010-2011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해 리오넬 메시를 수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박지성은 2008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에 실패했지만, 이후 꿈을 이뤘다. 바로 다음 시즌인 2008-2009시즌 맨유가 다시 결승전에 진출했고 이번에 박지성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선발 출전했다. 또 2010-2011시즌도 맨유가 결승전에 올라 다시 선발 출전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국적 축구 선수 중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2번 연속 선발 출전한 선수는 박지성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쉽게 우승하지 못했다. 2번의 선발 출전 모두 바르셀로나를 만나 각각 0-2, 1-3으로 패배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