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고 우리 안방 ‘갖다 바친’ 실망스런 대표팀, 지더라도 간절하고 치열하게 싸워야하지 않나

입력 : 2025.10.11 09:57 수정 : 2025.10.11 10:08
  • 글자크기 설정
한국남자축구대표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에 0-5으로 패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남자축구대표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에 0-5으로 패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팀과 어떻게 싸워야 할까.

물러서서 자리를 지키면서? 달려들어 상대를 못살게 굴면서? 물론 후자다. 전자처럼 상대를 자유롭게 놔두면 위기는 더 많아진다. 전자는 약한 팀과 싸울 때는 해볼 만하다. 설사 골을 허용해도 골을 넣을 능력이 우리 팀에게 있기 때문이다.

혼자 싸워야 할까? 동료들과 함께 싸워야 할까? 물론 후자다. 1대 1로 이길 수 없는 선수를 제어해야 할 때는 동료와 함께 싸워야 한다. 내가 1대 1에서 밀릴 때 동료는 도와주러 올 것이다. 동료가 1대 1에서 밀릴 때 내가 도와주러 가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맞서야 한다.

경기 장소가 우리 홈이다. 수많은 축구 팬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우중(雨中)에 몰려왔다. 강팀을 맞은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할까. 대충 싸우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사실상 포기해야 할까. 안 되더라도 끝까지 치열하고 간절하게 싸워야 할까. 답은 후자다.

우리는 국가대표다. 한국을 대표해서, 한국에서 공을 제일 잘 차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홈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까. 어차피 강호에게 패할 수밖에 없다면 대충 뛸까. 그렇게 하면 실수는 반복되고 골은 더 먹힌다.

해외파, 국내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남자 축구 대표팀이 10일 브라질에 0-5로 대패했다. 물론 이기기 힘든, 아니 비기기도 힘든 세계적인 강호다. 십중팔구, 아니 거의 100% 축구 팬들은 우리 패배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경기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멋진 브라질의 소나기 골을 보기 위해서? 비니시우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려고? 세계적인 명장 안첼로티를 만나려고? 물론 이런 이유도 있겠지만, 마음속에는 세계 강호와 맞서 두려움 없이 당당하고 치열하게 하나로 똘똘 뭉쳐 끝까지 싸우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볼 게 없었다. 미드필드 한복판, 우리 심장, 우리 엔진과 같은 우리 안방을 브라질에게 스스로 내줬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황인범, 백승호 등 두 명은 허둥지둥 중심을 못 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이강인은 옆으로만 빠졌다. 우리 안방에는 브라질 선수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이 잘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뒤로, 옆으로 빠지면서 우리 안방을 브라질에게 갖다 바쳤다. 재간 좋은 브라질을 편하게 놔두면 우리는 브라질을 절대 막을 수 없다. 중앙을 단단히 지키면서 브라질을 거칠게 압박하며 싸웠어야 했다.

공격다운 공격은 없었다. 몇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이거나 브라질 선수 맞고 아웃됐다. 수비도 엉망이었다. 김민재, 백승호는 결정적인 미스로 골을 헌납했다. 이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가 크고 작은 실수를 수차례 저질렀다. 기량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브라질 선수들에게 겁을 먹었는지 허둥지둥, 대충 볼 처리를 하려는 장면도 적잖았다.

물론 축구에서 강호를 만나면 대패할 수 있다. 브라질을 데려오면서 엄청나게 많은 대전료를 지불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뭔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경기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브라질 선수들과 싸우기를 거부, 아니 회피했다. 브라질 중원에 지뢰가 심어져 있는 양 피하고 도망쳤고, 면피성 플레이를 많이 했다.

뒷걸음치고 옆으로 피하면서 우리 안방을 내줄 만큼 브라질이 무서웠더냐. 그럼 지금이라도 축구를 때려치는 게 나을지 모른다. 그런 졸병들, 겉으로만 군복 입은 병사는 필요 없다. 지더라도, 죽더라도 끝까지 간절하고 치열하게 전진하며 서로 똘똘 뭉쳐 싸우고 또 싸울 전사들이 그립다. 그들에게만 이길 기회도, 패해도 박수를 받을 자격도 있다. 축구는 이번처럼 대충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공을 차서는 이길 수도, 배울 수도, 희망을 찾을 수도 없다. 과거 선배들은 머리가 터져도 붕대로 싸매고 뛰었다. 경기에서 한 번 실수하면 그걸 메우기 위해 혼신을 다해 더 뛰었다. “평가전인데 뭐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느냐”고? 평가전에서도 못하면 실전에서 할 수 있겠나. 연습에서 100m를 10초, 11초대로 뛰면서 실전에서 9초대로 뛸 수 있겠나. 강호가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약한 평가전에서조차 우리가 뭔가를 해보지 못했는데, 과연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는 뭔가를 해볼 수 있겠나. 무기력했고 동료애도 없었다. 치열하고 간절하지 않았다. 개인만 있을 뿐, 팀은, 동료는 없었다. 국민도, 축구팬에 대한의식도 거의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후반 초반 두 골을 더 내줘 0-4가 되는 순간, 적잖은 팬이 일찌감치 축구장을 떠났다. 0-5가 됐을 때 더 많은 팬이 집으로 갔다. 몸만 떠났을까. 떠나간 사람 마음을 되돌리기 얼마나 어렵다는 걸 모르나. 우리나라,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들, 이렇게 대충 해서는 안 된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