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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호투? 김건우의 도약은 이제 시작이다…“내년은 선발 앞자리로”

입력 : 2025.10.12 00:05 수정 : 2025.10.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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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선발 투수 김건우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선발 투수 김건우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생 좌완 김건우는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깜짝 호투’하며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선발 고민이 컸던 팀에 내린 단비 같은 활약이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 없었지만 올해는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1차전에서 패배한 뒤라서 더욱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김건우는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3피안타 2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했다. 볼넷은 없었다. 공 49개를 던졌고 스트라이크가 34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9㎞였다.

1~2회 타자 6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건우는 KBO 신기록도 썼다. 1회 첫 타자부터 6연속 탈삼진을 잡은 건 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경기 최다 기록이다. 준플레이오프 사상 최다 연속 탈삼진 기록이기도 하다. 김건우의 피칭은 SSG 벤치를 안심시켰고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9일 1차전에서 1회 선두 타자에게 초구 홈런을 허용하며 맥없이 무너졌던 SSG는 이날 경기 초반 기세를 잘 잡는 게 관건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우리 타자들보다 김건우 선수가 좀 더 부담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이 첫 포스트시즌 경기니까”라며 “(김건우가) 흔들릴 때 파고들어야 한다는 전력 분석을 선수들이 잘 준비했다”고 했다.

상대 팀 사령탑의 ‘기대’와 달리 김건우는 3회에도 삼진을 1개 잡으며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SSG 타선도 고명준의 솔로 홈런과 최정의 적시타로 2-0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4회 흔들렸다. 삼성 타순이 한 바퀴 돌아 1번 타자 이재현이 4회 선두 타자로 서자 김건우는 연속 안타를 맞으며 2-2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건우의 호투가 길게 이어지진 않았지만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피칭을 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김건우가 2점을 내줬지만 상대 타선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게 본인의 퍼포먼스를 너무 잘 보여줬다”고 했다. 김건우를 강판한 것에 대해서는 “경기 초반에 너무 잘 던져서 4회 정도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힘이 떨어졌다고 봤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건우는 “2차전 선발로 나가는 좋은 기회를 받았지만 선발 투수보다는 첫 번째 투수라고 생각했다”며 “1차전에서 초구 홈런으로 분위기가 넘어갔다는 것을 많이 생각해서 1회에 가장 많이 집중하려고 했다. 그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4회를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묻자 “뒤에 나보다 더 강한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리드를 뺏기지 않는 게 우선이었고 내 역할은 거기까지였다”고 말했다.

김건우는 “마운드를 내려와서 선배님들이 다 고생했다고, 역할을 다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신기록을 쓴 것도 마운드에서 내려와서 전달을 받았다. 시합 때는 기록은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었고 경기가 끝나고 나니 이제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건우는 이날 동갑내기 포수 조형우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이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2002년생 동갑내기들이 서로 끈끈하다. 웬만하면 김건우를 쓸 때는 조형우를 같이 쓰려고 한다. 우리가 위기 때 강했기 때문에 건우와 선수들이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김건우는 경기 전 조형우가 ‘가을야구라고 크게 신경 쓸 것 없으니 타자를 생각하지 말고 나를 믿고 던지라’고 했고 그 부분이 크게 도움 됐다고 전했다. 김건우는 “정규 시즌 때도 조형우와 호흡을 많이 맞췄다. 형우가 제 공을 받으면서 어떤 것이 좋은지 말을 많이 해줬는데 오늘도 경기 초반에 리드를 잘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젊은 선수가 큰 무대를 경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고 사령탑은 늘 강조한다. 그래서 김건우가 에이스로 도약하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내년 시즌에는 ‘대체 선발’ 꼬리표를 뗄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김건우는 더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내년 시즌에 과감하게 선발 앞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잘 던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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