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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6시 55분 KBS2 ‘영상맬범 산’ 1009회는 ‘하늘 아래 순수의 땅 키르기스스탄 - 2부 아라쿨’ 등정기가 안방극장에 찾아온다.
산이 대지를 덮고 바람이 그 위를 가로지르는 나라 키르기스스탄. 대지 90퍼센트 이상이 산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거친 능선과 깊은 협곡이 이어지며 장대한 풍경을 빚어낸다.
아득한 옛날, 지각판이 맞부딪치며 솟아오른 톈산산맥은 오랜 세월 빙하의 손길에 다듬어져 지금의 위용을 갖추었다. 그 험준한 산맥 사이 빙하가 깎아내고 쌓아 올린 ‘ 아라쿨 패스’가 있다. 하늘 가까이 닿은 길, 키르기스스탄 아라쿨 패스로 산악 사진가 이상은 씨와 사진작가 최경진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해발 2,950m 시로타 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행은 아라쿨 패스의 꼭대기를 향해 출발한다. 시로타 캠프에서 아라쿨 호수까지는 줄곧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다. 골짜기가 깊어 햇살이 쉽게 들지 않아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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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산들은 하늘 가까이 직벽으로 솟아있고 바로 옆으로는 세찬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계곡물의 수량이 많아질수록 물소리는 더욱 커지고 날카로운 바위와 잔돌이 뒤섞인 트레일은 조금만 방심해도 미끄럽다.
고도를 높일수록 저 멀리 시로타 캠프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며 걸어온 거리를 실감하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은 산이 내는 마지막 시험처럼 느껴진다. 거대한 폭포가 눈앞을 가득 채우며 차가운 물안개가 바람을 타고 얼굴을 스친다.
몸은 지치지만, 그 차가운 숨결 속에서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바위와 자갈이 뒤섞인 너덜길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자갈이 흘러내려 긴장이 스민다. 하지만 이 거친 길이 보여줄 풍경이 무엇일지 발걸음은 그 궁금함 하나로 다시 힘을 얻는다.
드디어 아라쿨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바위산의 품 안에 자리한 호수는 햇살의 각도에 따라 빛깔을 바꾸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그 다채로운 색 덕분에 사람들은 이곳을 ‘무지개 호수’라 부른다. 호숫가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며 눈앞의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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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고요를 뒤로하고 다시 길 위에 선다. 여정은 다시 해발 3,920m의 아라쿨 패스 정상으로 향한다. 거센 바람과 굵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아찔한 너덜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마침내 도착한 아라쿨 패스의 정상. 세상의 모든 바람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말처럼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발아래로는 마치 하늘의 색을 그대로 담은 듯한 옥빛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다. 산자락에는 눈이 남아 있고, 붉은빛 바위산의 결이 호수의 푸른빛과 어우러져 장대한 풍경을 그려낸다.
그 절경 앞에 서자 그동안 걸어온 시간의 무게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하다. 하늘과 맞닿은 고원의 나라, 키르기스스탄의 톈산산맥 아라쿨 패스를 ‘영상앨범 산’과 함께 넘는다.
◆ 출연자 : 이상은/ 산악 사진가, 최경진/ 사진작가
◆ 이동 코스 : 시로타 캠프(2,950m) - 아라쿨 호수(3,532m) - 아라쿨 패스(3,920m) - 알틴 아라샨/ 약 26km, 약 1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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