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 안통한 ‘스리백’
디테일 손질 급선무
손흥민 활용법도 고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틀 전 브라질에 0-5로 참패한 영향으로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인 브라질은 세계 최강을 다투는 강호지만 1골도 넣지 못한 5점 차 패배는 치욕적이었다. 한국이 5점 차로 진 것은 2016년 6월 스페인과 원정 평가전(1-6 패) 이후 9년 만이다.
축구대표팀은 12일 고양 종합보조운동장에서 다시 훈련에 나섰다.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평가전이 있다. 하루의 휴식을 거쳤지만 몸을 푸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브라질전의 실수를 되새기고 있다.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공격수 오현규(헹크)는 “선수들끼리 월드컵에서 이렇게 강한 상대와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도 브라질전에서 확인한 문제점들을 감안해 파라과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남미 강호인 파라과이는 FIFA 랭킹이 37위로 낮은 편이지만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에선 브라질(5위)보다 한 계단 낮은 6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정도로 강팀이다.
브라질전에서 가장 도드라졌던 스리백부터 손을 봐야 한다. 지난 9월 북중미 원정에선 미국(2-0 승)과 멕시코(2-2 무)를 상대로 효과를 봤지만 개인기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상대에는 역부족인 현실을 노출했다.
한국이 과거 실점할 때는 수비 숫자가 상대 공격보다 부족해 실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반대였다. 좁은 공간에서도 원하는 곳으로 자유자재 볼을 보낼 수 있는 브라질에 수비 숫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스리백의 강점을 넘어 상대의 위협적인 공세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디테일’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상대의 공세를 1차 저지할 수 있는 압박과 상대의 공격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수비수의 위치 선정이 필요하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스리백을 가동한 것은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수비에서 실수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후반 2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페널티 지역에서 공을 뺏기면서 0-3으로 점수가 벌어진 것이나 그 직후인 후반 4분 백승호(버밍엄시티)가 패스를 받다가 뺏기면서 4번째 실점한 장면이 파라과이전에서 반복된다면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진다.
강팀의 기본이라는 압박과 탈압박의 완성도도 높일 필요가 있다. 미국과 멕시코는 어느 정도 제어했던 중원 압박이 브라질에는 통하지 않았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이스테방(첼시), 카세미루(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호화 멤버들이 뛰는 브라질의 기량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어차피 8개월 뒤 본선에서 만날 강호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은 것은 똑같다. 상대의 기량을 감안해 미드필더 조합을 2명 혹은 3명으로 어떻게 조절할지 최적의 조합과 전술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손흥민을 살릴 방법도 찾아야 한다.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는 1골씩 넣으며 훨훨 날았던 손흥민(LAFC)이 브라질을 상대로는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손흥민은 “파라과이전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