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김은숙도 다 이루어지지는 못할 지니~

입력 : 2025.10.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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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작가 신작 ‘호불호’

250억 대작에도 설정 아쉬움

천하의 김은숙도 다 이루어지지는 못할 지니~

‘다 이루어질지니’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작가의 야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지난 3일부터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는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과 가치관, 드라마 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야심이 집약돼 보인다.

‘스타 작가’로 추앙받던 그의 경력,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해준 작품은 그 명성이 오르고 올라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형태로도 무엇이든 가능하게 진화했다. ‘지니’를 소환하고 윤회를 이야기하는 판타지 장르에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장대한 로케이션 그리고 김우빈·수지 등 화려한 캐스팅에 이어 상대 플랫폼인 ‘디즈니’를 지그시 누르는 대사까지 동원한다.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이 바로 치명적인 복수극인 ‘더 글로리’였기에 그의 이번 작품은 비평적인 측면에서 더욱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 이루어질 것’ 같던 그의 세계에서는 결국 그의 ‘엣지있는’ 대사만이 남았다. 상당수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감동은 지니가 일으키는 모래바람처럼 사방에 흩날리기 일쑤였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호불호’, 그 시작은 이 불균형에서 시작한다.

그의 작품은 어느 정도 작품 안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시작할 때부터 특유의 ‘퐁당퐁당’ 행보가 거듭됐다. ‘영혼 바꾸기’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인기를 얻은 ‘시크릿 가든’ 다음에 40대 남성의 현실적인 로맨스 ‘신사의 품격’이 이어지고, 그다음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재벌 이야기 ‘상속자들’이 꼬리를 무는 식이었다.

다시 현실에 발을 붙인 것 같은 밀리터리 로맨스 ‘태양의 후예’가 공개되면 그 뒤를 윤회가 주된 설정이 되는 ‘도깨비’가 떡하니 나타났다. 조선시대 의병의 치열함과 낭만이 공존한 ‘미스터 션샤인’ 이후에는 판타지 ‘더 킹:영원의 군주’가 필모를 채웠다. 다시 그 뒤를 치밀하고 치명적인 복수극 ‘더 글로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러한 김은숙 작가의 흐름을 알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행보다.

‘램프의 정령’ 지니를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넷플릭스의 대자본에 힘입자 더욱 큰 탄력을 품었다. 화려한 CG와 로케이션 그리고 세계관이 따랐다. 김은숙 작가의 의도는 ‘사람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하나’라는 주제에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를 장식한 것은 화려한 외모의 주인공과 드라마의 비주얼 그리고 그보다 더욱 ‘기깔나는’ 그 특유의 대사였다.

드라마의 초반은 ‘말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병헌 감독을 만나 끓는 기름 위의 물처럼 대사가 폭발적으로 튀어 올랐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과정도 장황한 데다 캐릭터도 널을 뛰고, 화면도 널을 뛰니 시청자가 드라마에서 멀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안착보다는 서로 튀는 탓에 김은숙 작가는 이병헌 감독과 결별했고, 여러 작품을 통해 익숙한 안길호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마치 예전 김수현 작가의 작품 제작에서 볼 수 있었던 그림이 오버랩됐다. 그 역시 연출과 불협화음이 아직도 회자될 정도이니….

‘다 이루어질지니’를 놓고 일어나는 호불호는 한강 불꽃놀이처럼 참을 성이 없다. 우선 터지고 봐야 직성이 풀린다고나 할까. 복수를 위해 끝끝내 참고 참았던 ‘더 글로리’의 동은이(송혜교)처럼, 참고 참았다 터져 나오는 서사에 대중은 더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는 983년을 기다렸다고 하지만 그 무게감은 초반 찾아볼 수 없었고, 감정이 결여된 기가영(수지)의 캐릭터는 시청자들과의 교감의 끈도 느슨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그 시행착오의 과정이 될 수도 있는데, 회당 20억원 총 250억여 원으로 추측되는 제작비는 그 기회비용으로는 지나치게 비싸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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