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선발투수 앤더슨이 지난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과 경기에서 1회말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페디·플럿코·시볼드…
정규시즌 압도적 외인투수
가을야구에선 구위 딴판
‘245K’ SSG 에이스도
첫 PS서 3이닝 3실점 부진
장염 탓? ML행 앞두고 태업?
바라보는 구단은 애만 끓어
2023년 에릭 페디(NC)와 애덤 플럿코(LG), 2024년 코너 시볼드(삼성) 그리고 올해는 드루 앤더슨(SSG)이다. 외국인 에이스의 ‘가을 결심’에 구단은 애가 끓는다. 포스트시즌에도 변함없이 잘 던져달라고 유인할 방법을 찾기도 어렵다. 그저 에이스의 책임감을 막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 평균자책 2.25에 245탈삼진, 압도적 에이스였던 앤더슨은 KBO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망쳤다. 1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3이닝 3실점하고 내려왔다. SSG는 삼성에 3-5로 졌다.
앤더슨은 시리즈 직전 장염을 앓아 1, 2차전 등판하지 않고 3차전에야 마운드에 올랐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 시작 전 2~3차례 앤더슨의 컨디션을 체크했고 “완벽에 가깝게 회복했다”고 자신했다. 앤더슨은 경기 전 불펜 피칭 때만 해도 정규시즌과 다를 바 없는 공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니 구위가 딴판이었다. 1회말 초구 시속 150㎞가 나왔지만, 갑작스러운 우천 중단 이후 구속이 확 내려갔다. 145㎞를 넘기기가 힘겨웠다. 앤더슨은 직구 대신 커브로 첫 2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앤더슨이 부진했던 이유를 확언할 수는 없다. 구단의 판단과 달리 장염 이후 컨디션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감독의 말처럼 갑작스러운 우천 중단 이후 밸런스를 잃었을 수도 있다. 비 때문에 마운드 사정이 더 나빠지면서 앤더슨 자신도 모르게 투구가 더 위축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유야 무엇이든 믿었던 에이스가 무너지면서 SSG는 경기를 내줬다. 무엇보다 몸 관리 측면에서 앤더슨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앞서 여러 구단이 믿었던 외인 에이스에게 결정적인 순간 발등찍혀 가을야구에서 눈물을 흘렸다.
2023년 포스트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NC는 정규시즌 6관왕 페디의 공백 속에 가을 야구를 마쳐야 했다. 페디는 어깨가 불편하다며 플레이오프(PO) 마지막 5차전 구원 등판 요청을 거부했다. 불펜으로 향하기만 했을 뿐 몸도 풀지 않았다. 그해 페디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와 준PO를 모두 건너뛰고 PO 1차전 1경기만 마운드에 올랐다.
2023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는 아예 외국인 투수 1명으로 가을 야구를 치렀다. 플럿코가 정규시즌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 골반 부상 정도를 놓고 구단의 애만 태우다가 결국 짐을 쌌다. 플럿코는 그 전 시즌에도 가을 등판을 미루다 딱 1차례 등판한 PO 경기에서 1.2이닝 6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2024년 삼성은 코너 시볼드가 어깨 부상 치료를 위해 포스트시즌 직전 미국으로 돌아갔다. 삼성은 외국인 투수 1명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랐지만 결국 KIA에 패했다.
페디, 플럿코 등의 몸 상태가 실제 정확히 어땠는지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검진 결과가 나와도, 선수 본인이 불안하다는데 등판을 강요할 수 없다. 정신력으로 버티기 힘들 만큼 실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이 MLB 포스트시즌에서 같은 상황이었어도 같은 판단을 했을까’라는 의문 또한 배제하기는 어렵다.
선수로서는 무리한 가을 등판을 피하는 게 ‘합리적’이기는 하다. 페디는 2023시즌 KBO리그 MVP 트로피를 품에 안고 메이저리그(MLB) 금의환향을 했다. 2년 총액 1500만 달러 좋은 계약을 따냈다. 플럿코와 코너도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본인들이 바라던 대로 빅리그에 재도전할 수 있었다. KBO리그 구단 한 관계자는 “정규시즌 때야 MLB 스카우트들도 외국인 선수가 얼마나 성실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는지 살피겠지만, 포스트시즌 1~2경기를 건너뛰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 사이 KBO리그를 ‘기회의 장’으로 여기는 외국인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선발 보직과 로테이션이 보장되고 환경도 좋은 KBO리그에서 실력을 증명한 뒤 빅리그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아졌다.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해서 MLB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다. 예전 같으면 마이너리그에서 버티며 빅리그 꿈을 키웠을 20대 젊은 투수들도 최근에는 KBO리그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서 외국인 에이스가 돌연 이탈하는 위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구단으로서는 이들이 정규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잘 던질 결심’을 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