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북스
자폐스펙트럼, ADHD 등을 자연스러운 신경학적 ‘차이’로 이해하고 차별이나 격리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 ‘정상성 경계를 허무는 신경다양성 운동’이라는 부제를 단 ‘바깥의 존재들’( 저자 조디 헤어 Jodie Hare 옮긴이 최인 펴낸곳 이상북스)이 출간됐다.
자폐스펙트럼, ADHD, 의사소통 장애, 난독증, 통합운동장애 등 다양한 신경 유형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을 포용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여전히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자폐를 사회성이 결핍된 질병으로 간주하며, 신경 유형 차이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한다.
여러 수치는 사회의 포용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폐인 기대수명은 평균 36세에 불과하며, 자살률은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으며, 자폐아를 둔 가구는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에서도 법적 지원을 받는 자폐 학생은 6% 정도에 불과하고, 자폐인 취업률도 22%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 맞서 제기된 개념이 바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다. 신경다양성은 인간의 뇌와 신경 체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자폐, ADHD 등을 결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인간의 차이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이는 특정 사고방식과 행동만을 정상으로 간주해온 사회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급진적 사회적 운동이다.
이상북스
‘바깥의 존재들’은 이러한 신경다양성 운동의 철학과 사회적 비전을 설득력 있게 다룬 책이다. 저자 조디 헤어는 그 자신이 자폐 진단을 받은 당사자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가 어떻게 ‘정상성’이라는 기준을 통해 차이를 억압해왔는지를 비판한다.
저자는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인간 신경의 자연스러운 다양성이라고 말하며, 차이를 수용할 때 사회 전체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은 이것이 단지 자폐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한다. 누가 ‘정상’으로 간주되고, 누가 그 바깥으로 밀려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저자는 교육·노동·돌봄·복지 전반의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인종, 계급, 성별, 장애 등 다른 불평등과의 교차점을 짚으며,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의 조건을 제시한다.
우리는 결국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다. 이제는 “왜 당신은 우리 사회에 맞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대신, “무엇이 필요하신가요?”라고 묻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저자 조디 헤어(Jodie Hare)는 스물세 살에 자폐 진단을 받으며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를 갖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자폐 경험을 단순히 개인의 서사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온 ‘정상성’의 기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글쓰기는 그가 차이를 이야기하는 방법이자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였다.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현대언어·문학·문화를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이자 에디터로서 그는 신경다양성과 페미니즘, 사회정의를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의 첫 저서로, 자폐와 ADHD, 학습장애 등 신경다양성을 결함이나 병리로 보는 시선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의제로 재구성한다. 그는 차이를 억압하는 좁은 기준을 허무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