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운용 비하인드
1차전 아침만 해도 초비상
2차전 임찬규·3차전 손주영
코칭스태프 회의서 긴급 변경
4차전은 여차하면 송승기로
선발 ‘1+1 카드’까지 대비해
LG 치리노스가 지난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IN 잠실’ 행사에서 팀 동료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이루고 난 뒤에는 과정마저 아름답다. 그러나 결과를 모르고 겪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은 전쟁처럼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LG 선수단은 지난 1일 잠실구장에 집결해 스탠드를 채운 팬들과 함께 우승 축하 파티를 즐겼다.
이날 염경엽 LG 감독, 김정준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및 관계자들이 내놓은 한국시리즈 후일담에 따르면 한화와의 잠실 1차전이 열린 26일 아침만 해도 LG는 전체 구성원이 ‘초비상’이었다.
에이스로 시리즈를 준비하던 외인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1차전 당일, 몸상태에 이상을 호소했다. 날벼락이었다. 청백전부터 좋지 않던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서 고정 상수로 뒀던 치리노스를 2차전까지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시리즈 이후 내외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치리노스의 4차전 정상 피칭 가능성은 밖으로 알려진 내용보다 부정적이었다.
LG는 긴 시간 마련한 ‘선발 플랜’을 한국시리즈를 눈앞에 두고 긴급히 틀었다. 1차전에 톨허스트를 내세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LG 내부에서는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한화와 삼성을 비교 분석하는 동안 한화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빠른 공에 약하다는 진단을 내린 터였다. 치리노스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톨허스트를 앞세우는 게 승산을 높이는 길이었다.
그러나 2차전 선발이 문제였다. 3차전 선발로 내정돼 있던 임찬규는 지난 22일 LG의 마지막 청백전 선발투수였다. 4이닝 57구만을 던졌지만 몸과 마음의 루틴을 깨고 나흘만 쉬고 선발로 나와야 했다. 1차전 불펜 대기에 이어 4차전 선발로 준비하던 좌완 손주영이 급히 루틴을 바꾸기도 어려웠다.
1차전이 열리던 날 오전 긴급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염경엽 감독은 2차전에 임찬규를 당겨 넣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대전 3차전 이후의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염 감독은 2일 전화 통화에서 지난주 여정을 돌아보며 “큰 경기에서는 변수가 나타나면 빨리 대응해야 한다. 시리즈 전체 ‘4경기’를 잡는 걸 기준으로 플랜을 새로 짰다”고 말했다.
LG 벤치는 대전 3차전 선발로 손주영을 예정일보다 하루 앞당겨 올리기로 한 가운데 4차전은 여러 갈래로 대비한다.
우선 4차전으로 등판을 미룬 치리노스가 기대대로 회복한다면 그대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플랜A였다. 치리노스가 통증을 털어내지 못할 경우에는 송승기가 선발로 나서는 플랜B를 준비했다. 치리노스가 4차전 선발로 등판하더라도 평소와 다를 가능성 역시 계산에 넣어야 했다. 선발 ‘1+1’ 카드를 붙이는 플랜C도 곁들인 이유였다. 치리노스가 선발로 등판한 4차전에는 2차전 선발이던 임찬규가 경기 초반부터 불펜 등판 준비를 했다. LG가 이날 임찬규를 불펜 롱맨으로 이어가는 상황이 됐다면 송승기를 선발 카드로 돌려 6차전 이후를 대비하는 길도 마련했다.
치리노스는 LG의 갖가지 상상 중 최상에 가까운 모습을 구현해 냈다. 4차전 선발투수로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역투하며 LG의 고민 범위를 좁혔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결국 선발 매치업 ‘변수 싸움’에서 갈렸다. LG가 한국시리즈 1차전 당일 선발 스케줄을 급히 조정한 것처럼 한화 또한 한국시리즈에서는 플레이오프 대비 마운드 구성에 변화를 줬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 외인투수 폰세와 와이스를 모두 소모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불펜투수로 맹위를 떨치던 문동주를 1차전 선발로 당기고, 2차전 선발로 류현진을 올리는 등 정규시즌은 물론 정우주를 깜짝 선발로 썼던 플레이오프와는 달랐다.
한국시리즈 각종 투수 지표에는 돌발 변수에 대응한 양팀 성적이 담겨있다. LG는 한국시리즈를 4승1패로 마무리하는 동안 팀 평균자책 3.48을 기록하며 5경기 평균자책 7.12의 한화를 압도했다. 팀 피OPS 또한 0.609로 0.840의 한화를 크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