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로 6골·왼발로 4골
SON, 첫 해 두 자릿수 득점
세계최고 EPL까지 접수한
주발 따로 없는 골 사냥
美무대 상대 수비수엔 ‘재앙’
LAFC 손흥민이 10월 17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전에서 오른발로 슈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진출한 첫 해 두 자릿수 득점을 쏘아올린 손흥민(33·LAFC)은 ‘양발 골 사냥’으로 주목받고 있다.
MLS의 포스트시즌인 MLS컵에서 터뜨린 첫 골이 계기가 됐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오스틴FC와 MLS컵 플레이오프(PO) 서부 콘퍼런스 1라운드 2차전에서 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4-1 승리 주역이 됐다.
손흥민은 팀 동료 드니 부앙가가 찔러준 전진 패스를 잡아챈 뒤 직접 페널티 지역 왼쪽까지 드리블 돌파를 벌인 끝에 왼발슛으로 오스틴의 골문을 열었다. 상대 골키퍼가 타이밍을 예측하기 어려운 반대발 슈팅이 결정적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이 잘 다루는 주발만 경계하면 되는 것과 달리 손흥민은 주발인 오른발 대신 왼발로 골문을 열었다.
스티브 체룬돌로 로스앤젤레스(LA)FC 감독은 “전직 수비수로서 손흥민 같은 선수는 막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선수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최대한 불편하게 공격하도록 해야 한다. 각도를 좁히고 공격 기회를 최소화 하는 것이 최선인데 손흥민은 양발을 다 쓰다보니 페널티지역 안으로 들어오기 전 막지 않으면 어렵다”고 찬사를 보냈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부터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골키퍼 위고 요리스 역시 “손흥민은 어느 쪽 발이든 상관이 없는 선수다. 그래서 뛰어난 개인 기록들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AFC 손흥민이 8월 31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전에서 왼발로 슈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은 MLS 정규리그 10경기에서 9골, MLS컵에서 1골을 넣었다. 오른발로 6골, 왼발로 4골을 고루 넣었다.
손흥민의 양발 골 사냥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어린 시절 기본기 습득에 매진했던 손흥민은 자신 만의 슛을 하고 싶다는 판단 아래 왼발을 단련했다. 손흥민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양발을 잘 쓰고 싶었다. 그 바람을 실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많이 넘어지고 실수도 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결국 보상을 주더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남다른 평가를 받게 된 이유도 양발 골 사냥에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10년간 EPL 통산 127골을 기록했다. 그 중 주발인 오른발로 넣은 골은 74골이다. 왼발로 49골, 헤더로 4골을 더했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역대 EPL에서 양발로 4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오른발 130골·왼발 41골·헤더 40골)뿐이다.
해리 케인에 이어 손흥민까지 EPL을 떠나면서 양발을 두루 쓰는 선수는 찾기 힘들어졌다. 미국의 ‘디 어슬레틱’은 2018~2019시즌 이후 EPL의 득점 지표를 살펴본 결과 70%의 선수가 오른발잡이, 26%가 왼발잡이라고 전했다. 양발을 두루 쓰는 선수는 4%였다. 실제 경기에서 손흥민처럼 양발잡이라고 할 만한 프리미어리거는 찾기 힘든 수준이다.
유럽 전체로 범위를 넓혔을 때 올해 발롱도르를 수상한 우스만 뎀벨레(파리 생제르맹) 정도가 손흥민과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손흥민의 양발이 왜 MLS에서 찬사를 받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EPL에서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손흥민의 양발이 수비가 허술한 MLS에선 재앙에 가까울지 모른다. 손흥민의 양발이 빛날수록 LAFC의 MLS컵 우승 도전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