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 KIA 타이거즈 제공
올해도 ‘속도전’일까.
스토브리그가 막을 열었다. KBO가 KIA 박찬호, KT 강백호 등 2026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춘 30명 명단을 5일 공시했다. KBO는 FA 자격 선수들의 권리 행사 신청을 받아 8일 FA 승인 선수를 공시한다. 승인 선수는 공시 다음 날인 9일부터 해외 리그 포함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지난해 FA 시장은 속전속결이었다. 협상 개시 바로 다음 날 유격수 심우준이 4년 50억원으로 한화와 계약했다 사흘째인 그다음 날 최대어로 꼽힌 우완 엄상백이 역시 한화와 4년 78억원 사인을 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 허경민도 엄상백과 같은 날 KT와 4년 4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심우준을 한화에 뺏긴 KT의 초고속 반응이었다. 일찌감치 방향성을 정리해놓은 각 구단이 FA 개장과 동시에 초스피드로 움직인 결과다.
이번에도 협상 개시 극초반부터 굵직한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주목받는 핵심 FA가 소수일수록 속도전 가능성은 높다. 올해는 최대어로 꼽히는 유격수 박찬호의 거취가 아주 빠르게 결론 날 수 있다. 내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꽤 많다. 지난해 한화가 심우준과 한 계약이 최소한의 기준점이 돼버린 상황이다. 개장 전부터 이미 구단 간 눈치 싸움은 시작됐고 예상 몸값부터 치솟은 상태다.
박찬호가 시장의 중심이 되다보니 원 소속 구단 KIA는 태풍 전야다.
KIA는 집안 단속으로 가장 바쁜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내부 FA만 6명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박찬호뿐 아니라 실력과 상징성에서 팀 내 핵심 중 핵심인 양현종, 최형우까지 FA 자격을 얻었다. 현금 10억원에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데려온 우완 불펜 조상우,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준영, 백업 포수 한승택도 시장에 나왔다. KIA는 6명 전부 다 잡는다는 원론적인 목표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속도는 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박찬호의 행로가 관건이다. FA 시장이 열리고 각 구단이 지난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인다면 개장 극 초반부터 KIA는 시나리오를 고쳐 써야 할 수 있다.
한화, 롯데, 두산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한화는 최근 수년 동안 FA 시장 최대 큰 손이었다. 지난해 총액 기준 130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으며 엄상백과 심우준을 빠르게 품에 안았다. 2021년 11월 내부 FA 포수 최재훈을 무려 5년 54억원에 계약하면서 그해 FA 폭등의 포문을 연 한화는 2022년 채은성·이태양, 2023년 안치홍 등 매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화가 올해도 참전한다면 FA 시장 전체가 요동친다.
KT 강백호. KT 위즈 제공
후반기 거짓말처럼 추락하며 8년 연속 5강 탈락한 롯데는 올겨울 과감하게 움직일 분위기다. 김태형 감독이 내년 임기 마지막 해를 맞는다는 점에서 전력 보강 의지 또한 크다.
김원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두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 감독은 지난달 22일 취임 회견에서 김재환, 이영하 등 내부 FA 선수는 일단 다 잡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취임 선물’이 뒤따를 수도 있다. 두산은 이승엽 전 감독 부임 당시에는 포수 양의지를 역대 최대 규모인 ‘4+2년’ 152억원으로 복귀시켰다.
자격 공시 30명 중에는 박병호(삼성), 오재일(KT), 진해수(롯데) 등 이미 현역 은퇴 의사를 밝힌 선수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 FA 시장에 나갈 선수는 8일 공시된다. LG 김현수·박해민, 삼성 강민호, 한화 손아섭 등 베테랑들의 거취도 시선을 끈다.
LG 김현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