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 진출에 실패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알나스르)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월드컵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호날두는 지난 4일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축구 선수로서 자신의 마지막 여정에 대해 세세하게 털어놓았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40분 안팎의 발언에선 월드컵에 대한 평가도 빠지지 않았다.
호날두는 대화 중 “월드컵 우승은 내 꿈이 아니다. 월드컵 우승을 하면 내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단 한 번의 대회, 예닐곱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그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호날두의 이 발언은 라이벌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는 21세기 축구계를 양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한동안 둘이 나눠가졌다. 메시는 발롱도르 수상 횟수에서 8회로 호날두(5회)보다 앞서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논할 때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호날두로서는 억울할 만 하다. 그는 역대 A매치 최다 출전(225경기)과 최다골(143골)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호날두는 과거 국제대회 우승컵과 인연이 없던 메시와 달리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찌감치 우승하면서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호날두가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준우승한 뒤 좌절한 메시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자 “선수에게 국가대표는 최고의 영광”이라며 은퇴를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에 대한 평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바뀌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반면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8강에서 탈락했다. 호날두는 유독 월드컵에 약한 면모를 보였다. 첫 참가였던 2006년 독일 월드컵 4강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호날두로선 월드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을만 하다.
다만 호날두도 월드컵의 악몽을 씻을 마지막 기회는 있다. 나이를 감안할 때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그는 여전한 기량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겨냥하고 있다. 호날두는 오랜 연인 조지나 로드리게스와 결혼도 내년 월드컵 이후로 못박았다. 호날두는 “우리는 월드컵이 끝난 뒤 트로피와 함께 결혼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