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감독 제안? 빅클럽이라고 무조건 OK하면 낭패볼 수 있다

입력 : 2025.11.06 05:22 수정 : 2025.11.0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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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 AP

토머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 AP

프리미어리그에서 새로운 감독 자리가 생기는 일은 흔하지만, 모든 실직 감독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감독에게 ‘언제, 어디로 갈 것인가’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커리어의 명운을 가르는 전략적 결정이다. 디애슬레틱은 6일 “축구 감독들이 구단의 제안을 받은 뒤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며 감독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몇몇 키워드를 분석했다.

무엇보다 명성보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가리 오닐은 울버햄프턴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후임 비토르 페레이라의 자리를 제안받았음에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감독 경력에서 한 차례 실패는 평판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순간,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가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오트마어 히츠펠트. 게티이미지

오트마어 히츠펠트. 게티이미지

클럽의 규모와 역사도 고려해야 한다. 리버풀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역사적 상징성이 큰 클럽은 대부분의 감독에게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후벵 아모링은 맨유 부임 당시 “이 팀의 역사를 직접 복원하는 일은 감독에게 주어진 가장 큰 유혹”이라고 말했다. 위르겐 클롭 역시 2015년 리버풀을 택하며 “상업적 구단이 아니라, 진짜 ‘축구 클럽’이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거대 구단의 무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브렌트퍼드를 떠나 토트넘으로 간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큰 클럽으로 간다고 내 삶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책임은 커지고, 시간은 줄어든다”고 털어놨다.

언어와 가족도 종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독일 명장 오트마어 히츠펠트는 2002년 퍼거슨 감독 후임으로 맨유 사령탑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며 “영어로 감정을 전달할 자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스티븐 제라드 역시 최근 레인저스 복귀 제안을 거절한 이유로 “가족이 중동에 머물고 있었고, 결정할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감독직은 단순히 경기 지휘가 아니라, 생활 전체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감독에게는 전술만큼이나 구단주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한 중위권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킬리안 음바페를 영입하겠다’는 비현실적 약속을 내세웠다가 감독 후보로부터 즉시 거절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현실적 목표와 철학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도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디애슬레틱은 “감독에게 팀 선택은 제안의 수락이 아니라, 타이밍·철학·인생의 균형을 모두 고려한 판단”이라며 “재능과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을 고르는 통찰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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