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 경쟁이 뜨겁다. 홍명보 감독 체제 출범 이후 꾸준히 발탁된 베테랑 김승규(35·FC도쿄)와 조현우(34·울산 HD)가 서로 다른 스타일로 주전을 다투고 있다. 이 둘은 최근 4차례 A매치에서 번갈아 가며 골문을 지켰다. 두 선수 모두 실력과 경험 면에서 뛰어나지만, 장단점과 플레이 스타일이 뚜렷하게 달라 전술 방향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김승규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전에서 선방한 뒤 전방에 공을 연결하며 역습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승규, 현대 축구가 원하는 ‘빌드업형 골키퍼’
김승규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기여했으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부상 등으로 조현우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다시 주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A매치 2연전부터다. 2차전 멕시코전에서 2골을 허용했지만,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안정적인 선방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감독은 지난달 파라과이전에서도 다시 김승규를 선발로 기용했다. 브라질전에서 5골을 내준 조현우 대신 골문을 지킨 김승규는 파라과이를 상대로 무실점 승리의 버팀목이 됐다.
A매치 83경기에서 62실점을 기록한 김승규는 발밑 기술이 뛰어나 짧은 패스로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설계한다. 센터백 사이에서 공을 받으며 세 번째 수비수처럼 플레이를 전개한다. 안정적인 패스와 시야로 상대 전방 압박을 유도하고, 그 틈을 이용해 미드필더에게 공을 연결해 숫적 우위를 만든다. 김승규가 수비수처럼 움직이며 빌드업을 수행한다면 대표팀은 미드필드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볼을 빼앗기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만 통제할 수 있다면, 김승규를 기용하는 것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대등하거나 때로는 주도권을 잡는 데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조현우가 지난달 A매치에 앞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현우,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든든한 수호신
뛰어난 선방 능력이 강점인 조현우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왔다.
조현우는 전통적인 ‘리액션 세이버’이자 스위퍼 역할에 능한 골키퍼다. 순간적인 반사신경과 넓은 활동 반경을 바탕으로, 하이 라인을 쓰는 팀에서 뒷공간 커버 능력을 발휘한다. A매치 전적은 46경기, 48실점이다.
홍 감독이 울산을 이끌던 시절처럼 전방 압박과 빠른 전환을 중시하는 팀 전술에는 조현우가 어울린다. 상대 침투 패스가 나오기 전 한발 빠른 판단으로 차단하고, 1대1 상황에서도 몸의 방향 전환과 반응 속도가 탁월하다. 세트피스와 공중볼 상황에서도 존재감은 확실하다. 189㎝의 큰 키와 빠른 반사신경을 앞세운 점프로 크로스 공중볼을 장악한다. 벤투 감독 시절에는 주전 경쟁에서 김승규에게 밀렸지만,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로는 지난 7월까지 줄곧 ‘1번 골키퍼’ 자리를 지켜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0경기 중 9경기에서 골문을 지켰다.
다만 단점은 빌드업이다. 짧고 빠른 패스 전개에서 정확도와 판단 속도는 김승규에 비해 떨어진다. 상대가 하이 프레싱을 할 때 볼을 오래 다루면 실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상대가 강하게 전진 압박을 걸면 조현우는 라인을 내리고 골문을 지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조현우를 기용할 경우 골문 수비력에서는 앞서지만, 중원 싸움에 주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달 14일 파라과이전에 앞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술이 골키퍼 선택의 기준
대표팀 전술 기조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진다. 빌드업 중심의 점유형 전술을 구상한다면 김승규가, 하이 프레싱과 빠른 역습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조현우가 주전으로 적합하다. 홍 감독은 그동안 상황에 따라 두 골키퍼를 번갈아 기용하며 점검해 왔다.
대표팀은 볼리비아(14일), 가나(18일)를 상대로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월드컵 본선까지 7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다. 홍 감독은 조현우와 김승규를 번갈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둘 중 누가 ‘넘버원’ 장갑을 낄지는 팀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누가 더 잘 막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맞느냐의 싸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