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히트곡 ‘아파트’로 3개 부문 후보로 오른 블랙핑크 로제(왼쪽)와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 사진 스포츠경향DB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K팝의 위력이 실질적인 결과로 그 모양을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에 좀처럼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그래미 어워즈’에서부터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서는 K팝을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들의 약진을 발견할 수 있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그리고 하이브의 미국 걸그룹 캣츠아이가 후보에 올랐다.
로제는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와 함께한 ‘아파트(APT.)’를 주요 수상부문 중 하나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인 ‘송 오브 더 이어(올해의 노래)’와 ‘레코드 오브 더 이어(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의 후보에 올렸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그룹 헌트릭스의 이미지. 사진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수록곡인 ‘골든(Golden)’은 ‘송 오브 더 이어’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데이비드 게타의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과 OST 자체가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에 올라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에서 제작한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는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한국 원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베스트 뮤지컬 시어터 앨범’의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미 어워즈’에서 K팝 장르의 아티스트가 후보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BTS) 이후 3년 만이다. 하지만 주요 수상부문인 ‘제너럴 필즈;의 후보가 된 것도 그리고 후보가 K팝에 기반을 둔 여성 아티스트인 것도 사상 최초다.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 사진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 작사가, 제작자, 평론가 등이 속한 음악 전문가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주최한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내 최고 권위를 가진 시상식 중 하나다.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가 상징이며, 그동안 K팝에게는 좀처럼 시상대를 내주지 않았던 다소 보수적인 시상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 등 다른 시상식에서는 본상 수상에 성공했으나,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의 아티스트로는 성악가 조수미가 1993년 ‘최우수 오페라 녹음물’ 상을, 2011년 김기현이 ‘최우수 실내악 연주’, 2012년과 2016년 황병준이 최우수 앨범 엔지니어링-클래식 부문과 최우수 합창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모든 결과물은 클래식 부문이라 K팝 기반은 아니었다.
지난 2022년 ‘그래미 어워즈’에 후보로 오른 후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는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렇게 대거 수상 후보에 K팝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린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멤버 7인, 지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프, 르세라핌의 멤버들이 투표권자라는 점도 K팝에는 호재다. 지금껏 K팝에게는 문호를 열지 않던 ‘그래미 어워즈’에서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두의 시선은 내년 2월1일 미국 LA 제68회 ‘그래미 어워즈’가 열리는 미국 LA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