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찬승 I 연합뉴스
류지현 국가대표팀 감독은 첫 소집 훈련을 앞두고 2000년생 원태인에게 ‘베테랑’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표팀 투수조장을 맡겼다. 원태인은 “막내로서 대표팀에 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인사를 할 사람이 많이 없고 거의 인사를 받고 있어 좀 어색하다”며 웃었다. 투수 최연장자는 1998년생 손주영이다. 손주영은 “소속팀 LG에서는 내 나이가 중간급도 안 되는데 여기 오니까 코치님이 나보고 ‘외로워 보인다’고 하시더라. 내가 먼저 후배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달 체코·일본과의 4차례 평가전을 위해 소집된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 나이’다. 류 감독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엔트리에 들어갈 옥석을 가리기 위해 젊은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꾸렸다. 엔트리에 든 투수는 총 18명이다. 그중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8명, 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인은 3명이다. 투수진 평균 나이는 22.3세다.
지난 8~9일 진행된 체코전 2경기에 투수 총 14명이 등판해 13명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막았다.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한 투수 중 한국시리즈에 선발 등판했던 손주영을 제외하고 7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신인 배찬승·정우주·김영우, 올해 첫 1군 무대에 데뷔한 성영탁이 모두 2차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체코에 1점 차로 쫓기던 2사 1·3루 상황에서 등판한 정우주는 데일리 MVP가 됐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건우·이민석은 각각 1·2차전에서 2이닝씩 던지고 나란히 승리 투수가 됐다. 이호성은 1차전 무실점 투구로 1홀드를 올렸다.
어린 선수들이 큰 무대를 경험하고 국제 규정에 적응하는 것이 이번 평가전의 주요 의의 중 하나였다. KBO 리그보다 짧은 피치 클록, ‘사람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KBO 공인구보다 미끄러운 WBC 공인구에 적응할 기회였다. 우려와 다르게 피치 클록 위반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고 김건우와 김서현의 볼 비율이 높았을 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투구력을 보이며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평가전은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WBC에 진출하기 위해 치르는 테스트이기도 하다. 오는 15~16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전 2경기는 한층 까다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도쿄돔의 야구 경기 수용 인원은 약 4만3000명 규모로 고척돔(1만6000명)의 3배에 가깝다. 체코전 관중석을 꽉 메운 KBO 팬들은 익숙한 응원가를 부르고 선수들의 실수에도 따뜻한 박수를 보냈지만 일본전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일본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에게 WBC에 등판할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