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창고서 선보이는 바다와 소금의 예술, ‘소금 같은, 예술’
태평염전, 국제공모 기반 아트 프로젝트 운영 7년째… 아트 레지던시·전시회 기회 제공
석조소금창고,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며 염전과 예술 잇는 상징적 공간으로 탈바꿈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족이다.
소금 ‘짠’ 바다에 노동 ‘짠’ 역사는 스토리로 윤색하지 않아도 다큐멘터리다. 바다가 품은 인간사는, 다 알듯이 녹록치 않았음에 짜다못해 쓰디썼다. 노동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발적으로 나서 이룬 축제가 아닌 마당에, 미소보다 ‘썩소’가 가득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사진제공|태평염전
그 불합리는 쌓여 금자탑을 이룬다. 노동은 사람의 업이고, 금자탑은 사장의 덕이다. 노동이 세상과 맞서는 이유는, 이런 부조화 탓이다. 불변의 규칙... 그리 믿지만 그것을 자신하는 것 역시 오만이다. 강철도 세월의 편린에 녹슬고 무너진다. 소금 품은 바다를 만나면 ‘쎈’ 척은 더 허망하다. 대성당시대가 무너질 때 노트르담의 애사는 예술이 됐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짜디짠 소금과 쓰디쓴 노동, 희디힌 소금~ 그 부조화를 잉태한 태평염전이 태평하면 그 역시 이상하다. 그곳에 드리운 국가등록문화유산 존폐로인한 짜디짠 비난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그 속에서도 예술로 희디흰 순수를 세운다니 그 애잔함까지 폄훼할 순 없을 터. 익히 아는 노동을 기억하며 애써 펼친 예술의 여정에 인간의 시선을 접안해 보자. 소금 짠 바다에, 예술 찬 이야기가 또다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태평염전
노동이 ‘업’이라면 예술은 ‘길’이다. 긴 사족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맞아 오해 ‘없 길’ 바라는 소망에서 비롯됐음이라.
각설하고...
사진제공|태평염전
차오르는 바닷물, 그 물을 받아들인 염전 위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과 반짝이는 햇빛, 그리고 바닷물이 소금이 되어가는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땅. 염전은 오랜 시간 노동의 현장으로만 인식되어 왔지만, 이제는 예술가들을 위한 끝없는 영감의 원천으로 변신하고 있다. 바로 태평염전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제공|태평염전
국제적 환경 보호 지역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태평염전(대표이사 김상일)은 지난 2019년부터 램프랩/보글맨션과 협업을 통해 ‘소금 같은,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공모전을 진행해 다양한 국가의 예술가를 선발해 숙식과 작품비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원하는 국내 작가들이 태평염전에 머무르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숙식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후 태평염전 내 소금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 기회도 제공한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올해 진행된 국제공모전에는 87개국에서 618명의 작가들이 지원해 이요우 왕과 킴/일리 팀이 선정됐다. 지금까지 7회에 걸쳐 진행된 국제공모전을 통해 몰리 앤더슨 고든, 코린스키/서(카를로 코린스키∙서수진), 마릴린 라우치, 마루야마 준코, 마두 다스, 줄리아 데이비스 등 총 15팀의 예술가들이 태평염전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2025년 11월 현재 ‘개펄의 속삭임’ 전시회를 진행 중인 박희자∙진희경 작가 등 국내 작가들도 ‘소금 같은, 예술’ 레지던시 참여해 증도와 갯벌, 소금을 작품의 소재와 주제로 활용했다. 레지던시에 활용되는 숙소는 과거 염부 숙소를 개조한 아트 스테이 ‘스믜집’으로, 현재는 김진규 작가와 올해 국제공모전에서 당선된 킴/일리(김슬비∙크리스티안 테네프란치아 일리) 팀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태평염전 ‘개펄의 속삭임’ 전시 작품 ‘Mud Drawing’, 전희경 作
아트 프로젝트가 7년째 진행되고 있는 만큼, 태평염전 곳곳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몰리 앤더슨 고든의 ‘동적 평형’이나 염전 폐목재와 모니터 등으로 구성한 마두 다스의 설치작 ‘동네 사람들의 수다’ 등이 대표적이다.
사진제공|태평염전
태평염전은 앞으로도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해 ‘슬로시티’ 증도를 아름다운 풍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섬으로 가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소금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석조소금창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1950년대에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보관하기 위해 돌로 지은 석조소금창고는 초기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현재는 소금박물관인 동시에 아트 프로젝트를 통한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며 염전과 예술을 잇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제공|태평염전
태평염전 김상일 대표는 “태평염전의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소금이 인류에게 꼭 필요한 성분인 것처럼, 예술 역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가치라는 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 태평염전의 근간인 천일염 생산을 이어가는 한편,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해 태평염전이 모두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태평염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