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 “제주 4.3 다룬 ‘한란’, 제주도민들도 감사하다고”

입력 : 2025.11.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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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향기,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김향기, 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배우 김향기가 1948년 제주로 우리를 인도한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한란’(감독 하명미)에서 딸 ‘해생’(김민채)을 찾으려 분투를 벌이는 엄마 ‘아진’ 역을 맡아 두 모녀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도 이 작품을 하기 전엔 4.3 사건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한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제주도 관련 지역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증언집도 보면서 알게 됐는데 상당히 괴롭더라고요. 실제 ‘아진’ 같은 제주도민들은 뭐가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새에 일상을 위협당해버린 거잖아요? 그 인물이 되어 사건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어요. 또 의미 있는 게 개봉 전 첫 시사회를 제주에서 했거든요. 관객으로 온 제주도민들이 저와 하 감독에게 고맙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줘서, 힘이 많이 났어요.”

김향기는 18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한란’에서 아역 김민채와 모녀 연기를 한 촬영기와, 만 4세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달려오는 연기 인생에 대해서도 요리조리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김민채(왼쪽)와 김향기.

배우 김민채(왼쪽)와 김향기.

■“만 6세 김민채, 아역보다는 하나의 배우로 생각했어요”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산과 바다를 건넌 모녀 ‘아진’과 ‘해생’의 강인한 생존 여정을 담은 영화다. 해생 역의 김민채는 촬영 당시 만 6세였다고.

“정말 귀여웠어요. 저랑 닮았다고들 하는데, 같이 있을 땐 몰랐지만 함께 한 장면에서 나오니 닮은 느낌도 났고요. 처음엔 어떻게 다가가서 친해져야 할까 고민도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쉬웠어요. 만화나 간식 취향 등을 물어보니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같이 도토리도 줍고, 풀이나 버섯도 관찰하다보니 가까워졌고요. 그러다보니 모녀 연기도 더 잘 나오게 된 것 같아요.”

배우 김향기.

배우 김향기.

아역 출신으로서 김민채와 연기해보니 감회가 남달랐다는 그다.

“저도 ‘마음이’ 찍을 때 만 6세였어요. 그때 엄마랑 현장에 갔었는데, 엄마랑 쉴 때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던 기억이 나요. 좋은 기억이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민채랑 있을 땐 자연환경에서 놀 듯이 촬영할 수 있게 했어요. 또 어린 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배려하려고 하면 오히려 배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도 배웠죠. 스스로 연기를 준비하고 현장에서 해내는 하나의 배우로서 존중해주는 게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요.”

어려운 제주어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제주어 감수자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았는데, 그 억양을 녹음해서 많이 듣고 따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걸 사투리로 인식하고 접근하니까 더 어려운 거예요. 사투리 억양을 잊지 않으려다가 감정을 놓치기도 했고요.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제주어를 사투리가 아닌 제2외국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 그렇게 접근했어요. 그러니 오히려 감정 연기까지 잘 붙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배우 김향기.

배우 김향기.

■“23년차 경력, 또래 배우들 대할 때 어려워요”

그는 2003년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해 벌써 23년차 베테랑 배우다. 나이는 어리지만 또래보다 어마어마한 경력을 자랑하니, 현장에선 가끔 연차로 인한 고민도 생긴다는 그다.

“또래 배우들을 만나면 호칭이 애매해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고, 상대도 제게 말을 편하게 못하니 현장에선 말을 많이 안 하게 되더라고요. 서로 불편하니까요. 그러다 가끔 연기적으로 뭔가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때 ‘아, 날 어려운 선배로 인식하는구나’라고 문득 깨달아요. 솔직히 그냥 선배라고 부르지말고 친구처럼 대해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걸 배우고 있어요. 또래배우들과 편하게 대하고 중간지점을 맞춰가려고요.”

아역 때부터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아온 터라, 성인배우가 된 뒤 느끼는 딜레마에서 벗어난지 얼만 안됐다고 고백했다.

“20대 초반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성인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대중은 제가 아역일 때부터 사랑스럽게 봐주는 시선이 있으니까요. 그 이미지도 지키고 싶은 욕심이 계속 마음 안에서 부딪히니, 어느 순간 연기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제가 틀을 만들고 그 안에 가두더라고요. 많이 괴롭고 힘들었는데, 재작년 쯤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요. 어차피 작품을 100% 내 의지대로 고르거나 할 수 없고, 분명히 내게 제안 오는 작품들은 그 이유가 있을 테니 내가 내 커리어를 계획대로 하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버리자. 그냥 작품 제안을 받으면 ‘내가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해낼 자신 있는지’만 판단하고 임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연기도 더 즐기게 됐고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이어지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한란’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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