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문무’ 제작보고회 현장. KBS 제공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 재개에 맞춰 대하사극 ‘문무’ 제작에 본격 돌입한다. 이번 제작보고회 역시 통합징수의 의미를 반영해 ‘공공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몽골의 광활한 대지를 담아내는 해외 촬영부터 배우·스태프의 안전 관리, 그리고 수신료를 보다 효율적이게 사용하기 위한 AI 기술 도입까지.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드라마 제작 전 과정에 녹여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더세인트 웨딩홀에서는 KBS 대하사극 ‘문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영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현욱, 장혁, 김강우, 정웅인, 조성하가 참석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박장범 KBS 사장은 “대하사극 제작은 수신료 통합징수가 재개되면서 비로소 가능했다”며 제작 과정의 의미를 먼저 설명했다. 박 사장은 “젠더 갈등, 빈부 갈등 등 사회 문제의 강도는 과거보다 더 높아졌다. 지금 공영방송이 외칠 가치는 결국 ‘통합’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하사극을 통해 하나됨의 중요성을 시청자와 공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범 KBS 사장. KBS 제공
그러면서 촬영 현장의 안전 보장 역시 거듭 약속했다. 그는 “대규모 작품인 만큼 제작 인력 모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수신료 통합징수의 효과가 2026년부터 나타난다면 고품격 다큐멘터리와 공공 콘텐츠로도 시청자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사장은 제작비 효율화를 위한 AI 도입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 대하사극에도 AI 기반의 새로운 기법이 도입된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무’는 역대 KBS 사극 중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김영조 감독은 “국민들에게 좋은 작품 만들어주기 위한 충분한 돈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AI를 도입한 것이다. AI가 어떻게 구현될지는 잘 모르겠다. 조감독,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절감하면서 좋은 영상을 만들지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영조 감독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저희 스태프들 눈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완성도에 따라 과감히 배제하는 등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다. 실사 기반의 AI라는 원칙 아래 내부 검증을 거쳐 사용할 예정”이라며 시각적 구현의 부담을 기술로 보완하기 위한 시도에 대해 설명했다.
김영조 감독. KBS 제공
대규모 전쟁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몽골 로케이션도 큰 관심을 받았다. 김영조 감독은 “매소성 전투나 기벌포 전투처럼 전장에서 20만~30만의 병력이 움직였던 규모를 국내에서는 구현할 수 없다. 몽골은 말 300마리를 빌릴 수 있고, 지형도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데 유리하다”며 “몽골 문화부 장관도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역사 왜곡 우려에 대해서는 “국회도서관을 직접 찾아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자문 교수단도 여러 분야에서 구성됐고, 중국을 악역화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린 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시험을 봐도 될 정도”라는 표현으로 고증 의지를 강조했다.
배우들은 ‘문무’ 선택 이유와 인물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공개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법민 역의 이현욱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수치심까지 이겨내는 냉철한 승부사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사극은 힘들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아 그 매력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개소문 역의 장혁은 캐릭터 해석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개소문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다른 성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강인함 속에 있는 인간적인 고민과 선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서를 많이 참고했다며 “연개소문은 드러나지 않은 미남이었다는 기록도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배우 장혁. KBS 제공
배우 이현욱. KBS 제공
김춘추 역의 김강우는 “작품 선택 기준은 여러 가지지만 대본이 재미있어야 한다. ‘문무’ 대본은 무협지처럼 캐릭터 하나하나가 생생했다”고 평가했다. 김춘추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딸을 잃은 비극을 딛고 대의를 위해 움직인 인물”이라며 “지금 시대에도 필요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아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한다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주 역의 정웅인은 “현실주의자이자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감독님이 계속 ‘착하게 읽어달라’고 요구해 캐스팅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며 “극 중 많은 인물들이 죽음을 맞지만 김진주는 끝까지 살아남는 캐릭터”라고 말하며 배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 김강우.
배우 정웅인. KBS 제공
한편 TV수신료는 KBS의 핵심 재원으로,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통합징수되다가 2023년 7월 분리됐다. 올해 4월 통합징수를 복원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법 공포 6개월 뒤인 지난 10월 23일부터 통합징수가 다시 시행됐다. KBS는 ‘문무’를 비롯한 공공 콘텐츠 강화를 통해 수신료 활용의 정당성을 시청자에게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6년 하반기 첫 방송 예정인 KBS 대하 사극 ‘문무’는 신라가 삼한을 통일하는 대서사를 다루며, 김법민·김춘추·김유신·연개소문 등 지도자들의 선택과 전략을 중심으로 당시의 전쟁과 정치 지형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대규모 전투 시퀀스, 철저한 고증, 기술적 실험이 예고된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