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이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은 유격수 박찬호(30)를 전격 영입했다. 전통적으로 외부 자원 영입에 인색했던 두산이 올해는 모처럼 ‘큰손’으로 FA 시장을 휘저으며 내년 시즌 재도약에 대한 열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두산은 18일 4년 최대 80억원에 박찬호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올해 스토브리그 FA 1호 계약이다. 계약금 50억 원에 연봉이 총 28억 원, 인센티브는 2억 원이다. 지난해 한화가 유격수 심우준과 맺은 계약 규모(4년 5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데다 보장액만 78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박찬호는 2014년 KIA에서 프로 데뷔한 뒤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됐다. 1088경기 통산 타율 0.266, 23홈런 187도루를 기록한 박찬호는 2024시즌에는 타율 0.307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최근 5시즌 간 유격수 소화 이닝 리그 1위(5481이닝)로 기량과 내구성이 모두 검증됐다는 게 구단의 평가다. 도루왕 2번(2019·2022년), 수비상을 2번(2023·2024년) 받았다. 지난해에는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박찬호 영입은 ‘윈나우’를 위한 두산의 전면적인 리모델링 작업의 일환이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외부 수혈에 인색했다. 외부 자원을 FA로 영입한 사례는 2012시즌을 마치고 홍성흔, 2014시즌 후 장원준, 2022시즌 후 양의지와 맺은 계약이 전부다. 박찬호처럼 두산에서 뛴 적이 없는 선수를 FA로 데려온 건 장원준 이후 11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야수로는 최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지휘 중인 김원형 두산 감독은 이날 통화에서 “마무리 훈련에 오자마자 코치들과 가장 먼저 얘기했던 게 유격수 관련 내용이었다. 내년 스프링캠프까지는 최적의 유격수 자원을 꼭 찾아내자고 얘기했었다”며 “이제 박찬호가 팀에 들어오게 됐으니 그 작업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은 박찬호의 존재가 수비 강화 이상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통화에서 “타율과 같은 숫자 그 외의 것들을 많이 고려해서 체결한 계약”이라며 “시즌 중 박찬호를 상대 팀 선수로 봤을 때 공·수·주 플레이가 두산의 색깔인 ‘허슬’과 닮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아서 구단은 계속 박찬호를 주시하고 있었다. 베테랑 선수가 그런 플레이를 해주면 젊은 선수들도 많이 배울 것”이라고 했다.
두산의 어린이 팬 ‘두린이’ 출신인 박찬호는 이날 구단을 통해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가 두산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단 공식 유튜브 영상을 통해 “큰 계약을 맺은 만큼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뛰어다니겠다. 무엇보다도 팀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또 다른 ‘대어’ 김현수와 강백호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10여 년 전 장원준 영입으로 왕조 건설의 초석을 놓았던 두산이 내년 시즌 분위기 쇄신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장원준과의 4년 84억 원 계약은 대표적인 FA 성공 사례로 남아있다. 장원준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 2015시즌부터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2015·2016·2019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