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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 짠내나던 일터, 예술이 맛을 낸다

입력 : 2025.11.20 15:56 수정 : 2025.11.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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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에 스민 짠내나는 인간사

소금 함께한 짜디짠 삶, 스토리 담은 감동 예술이 위무하다…‘소금 같은, 예술’

태평염전, 국제공모 기반 아트 프로젝트 운영 7년째

창고에 소금 쌓이듯, 염전 둘러싼 예술…아트 레지던시·전시회 기회 제공

소금창고, 전시 공간으로 부활…염전과 예술 잇는 상징적 공간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소금 ‘짠’ 바다에 노동 ‘짠’ 역사는 스토리로 윤색하지 않아도 다큐멘터리다. 바다가 품은 인간사는 누구랄 것 없이 녹록지 않다. 짜다 못해 쓰디쓰다. 노동이라고 다르지 않다. 염전, 고단한 삶을 쥐어짜 소금을 만든다. 자발적으로 나서 이룬 축제가 아닌 마당에, 미소보다 읍소가 차고 넘친다. 그래야 살았다. 결국 노동과 소금은 생명이다.

염전에 서서 노동을 본다

사진제공|태평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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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소금의 화학적 조합은 균일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그 불합리는 쌓여 혹자에게 금자탑이 된다. 아이러니는 멀리 있지 않다. 노동은 사람의 업이고, 금자탑은 헤게모니 덕이다. 노동이 세상과 맞서는 이유는, 이런 부조화 탓이다. 금자탑이 과욕을 부리면 바벨탑의 운명을 따른다. 애써 금자탑의 위세가 불변하다 여겼겠지만 그역시 오만이다. 강철도 세월의 편린에 녹슬고 무너진다. 대성당시대가 무너질 때 노트르담의 애사는 예술이 됐다.

사진제공|태평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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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도 예술도 간절함이다

사진제공|태평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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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디짠 소금과 쓰디쓴 노동, 희디흰 소금~ 그 부조화를 잉태한 태평염전도 그렇다. 최대 염전 등의 영광된 수식어가 널브러질 때도 있다. 영욕이요, 희비쌍곡선이다. 그곳에 드리운 국가등록문화유산 논란은 짜디짠 비난이지만, 그 속에도 희디흰 소금처럼 켜켜이 쌓인 순수는 있다. 어쩌면 예술은 태평염전에 드리운 노동을 토닥이는 씻김굿이 될지 모를 일이다. 폄훼가 일상인 세상의 언사는 잠시 멈춰도 좋다. 익히 아는 고약한 노동 현장을 기억하며 애써 펼친 예술의 여정에 인간의 시선을 접안해 보자. 소금 짠 바다에, 예술 찬 이야기가 또다른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노동이 ‘업’이라면 예술은 ‘길’이다.

사진제공|태평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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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소금 캔 자리, ‘찬’ 예술 펼쳐

바다는 일렁여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그 흔적을 채우고 지우며 소금을 만든다. 염전에 퍼 올려진 사연은 취기 어린 눈물의 소야곡만은 아니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밀물처럼 예술가들이 모여든 이곳에 바닷물 차오르듯 예술이 쌓였다. 태평염전은 지난 2019년부터 램프랩/보글맨션과 협업을 통해 ‘소금 같은,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공모전으로 다양한 국가의 예술가를 선발해 숙식과 작품비 등을 제공한다. 원하는 국내 작가들에겐 태평염전에 머무르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숙식을 지원한다. 태평염전 내 소금박물관이 그들에겐 전시관이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염전에 빠진 예술가의 면면

올해 진행된 국제공모전에는 87개국에서 618명의 작가들이 지원해 이요우 왕과 킴/일리 팀이 선정됐다. 지금까지 7회에 걸쳐 진행된 국제공모전을 통해 몰리 앤더슨 고든, 코린스키/서(카를로 코린스키∙서수진), 마릴린 라우치, 마루야마 준코, 마두 다스, 줄리아 데이비스 등 총 15팀의 예술가들이 태평염전에서 작업했다. 2025년 11월 현재 ‘개펄의 속삭임’ 전시회를 진행 중인 박희자∙진희경 작가 등 국내 작가들도 ‘소금 같은, 예술’ 레지던시에 참여해 증도와 갯벌, 소금을 작품의 소재와 주제로 활용했다. 숙소는 과거 염부 숙소를 개조한 아트 스테이 ‘스믜집’으로, 현재는 김진규 작가와 올해 국제공모전에서 당선된 킴/일리(김슬비∙크리스티안 테네프란치아 일리) 팀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태평염전 곳곳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몰리 앤더슨 고든의 ‘동적 평형’이나 염전 폐목재와 모니터 등으로 구성한 마두 다스의 설치작 ‘동네 사람들의 수다’ 등이 대표적이다.

태평염전에 쌓인 스토리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태평염전은 앞으로도 아트 프로젝트를 지속해 ‘슬로시티’ 증도를 아름다운 풍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섬으로 가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소금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석조소금창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1950년대에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보관하기 위해 돌로 지은 석조소금창고는 초기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국가등록유산인 140만 평의 태평염전은 1953년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곳은 국내 천일염의 약 6%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 염전이다. 갯벌을 다져 만든 흙판 염전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든 ‘토판천일염’은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신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고, 증도는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짱뚱어 다리 일대) 등 세계적인 생태 여행지 4관왕을 차지했다. 유네스코는 태평염전에서 생산되는 갯벌 천일염에 에코라벨(친환경 생산품 인증) 사용 자격을 부여했다.

사진제공|태평염전

사진제공|태평염전

이곳엔 드넓은 염전 외에도 염전 체험장, 염생식물원, 예술가의 집 스믜집, 야외 조각 전시장, 낙조 전망대, 해양 힐링센터와 소금동굴 힐링센터, 힐링 캠핑장 등이 있다.

태평염전에서의 힐링

해양힐링스파. 사진제공|태평염전

해양힐링스파. 사진제공|태평염전

해양힐링센터에선 농도 짙은 건강 소금물 탕에 들어가 몸이 뜨는 체험, 즉 부양욕 테라피를 받을 수 있다. 관계자는 “소금물에 몸이 뜨는 기분은 비슷하겠지만, 치유 효과 면에서는 요르단-이스라엘보다 낫다”고 말했다.

소금동굴. 사진제공|태평염전

소금동굴. 사진제공|태평염전

천일염으로 만든 인공 소금동굴은 미세한 항산화 소금 입자를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45분간 몸에 이로운 88가지 물질이 흡수돼 심신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염생식물원. 사진제공|태평염전

염생식물원. 사진제공|태평염전

염생식물원에는 미네랄과 사포닌이 풍부한 함초를 비롯해 갯메꽃, 해당화, 칠면초 등 100여 종의 염생 식물들을 만난다. 소금 바람길 3㎞ 산책로에선 염전을 가로지르며 고요한 염전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6·25 전쟁 직후부터 소금을 실어 나르던 나루터는 소금항 카페가 들어섰다. 소금빵과 소금 아이스크림이 입맛을 유혹한다. 증도대교로 인해, 그 일은 역사가 됐다. 더 이상 배를 띄울 수 없다.

소금아이스크림. 사진제공|태평염전

소금아이스크림. 사진제공|태평염전

노동이 일군 생명의 터전은, 이제 예술을 채워 삶을 위무하고자 한다. 소금이라고 나 몰라라 할 리 없다. 소금은 새하얗게 분단장을 한 모습으로 힐링을 담은 선물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해양힐링스파. 사진제공|태평염전

해양힐링스파. 사진제공|태평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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