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라소 대표팀 선수들이 19일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구 15만 명 남짓한 섬나라 퀴라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로 역대 월드컵 본선진출국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이 21일 퀴라소의 기적을 만든 네 가지 요인을 짚었다.
첫째는 감독 인생 10번째 대표팀을 맡은 78세 딕 아드보카트 리더십이다. 네덜란드, 벨기에, 러시아, 한국 등 9개 대표팀을 이끈 아드보카드는 재정난으로 부임이 미뤄지는 혼란 속에서도 팀을 맡았다. 부임과 동시에 팀 시스템을 통째로 바꿨다. 전지훈련·합숙·분석 시스템 등을 완전 재정비했다. 가디언은 “무조건 지지 않는 팀이라는 조직 철학을 강조하며 선수단에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는 믿음을 심었다”고 분석했다. 아드보카트의 경험은 작은 팀 한계를 메웠고, 선수들은 그를 “우리를 믿어준 감독”이라고 말하고 있다.
퀴라소 선수단의 대부분은 네덜란드 출생이다. 네덜란드령이었던 역사 덕분에 수많은 재능이 유럽에서 성장했고, 아드보카트는 이들을 과감히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타히트 총(셰필드 유나이티드), 손티예 한센(미들즈브러), 아르야니 마르타(로더럼) 등이 포함된다. 공격 핵심 레안드로 바쿠나와 미드필더 주니뇨 바쿠나 형제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무대를 거치며 경험을 쌓은 뒤 퀴라소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감독대행을 맡은 딘 고레는 이번 대표팀에서 코치로, 그의 아들 켄지 고레는 공격의 핵심으로 뛰었다. 부자가 함께 월드컵 본선을 이끄는 드문 장면에 선수단 결속도 더 강해졌다. 켄지 고레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며 “온 가족과 조국이 단결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훈련장에서는 네덜란드식 전술 용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라커룸에서는 카리브해 특유의 음악이 흘렀다. 문화적 배경은 제각각이었지만, 오히려 이 다양성이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퀴라소는 거인도 쓰러뜨린 실리 축구를 펼쳤다. 아이티가 포함된 1차 예선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함께 한 3차 예선에서도 실리 축구로 선전했다. 선수들은 “운이 아니라 준비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쓰러지지 마라. 버티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켄지 고레 코치는 내년 월드컵에 대해 “잉글랜드? 네덜란드? 브라질? 누구와 만나도 두렵지 않다”며 “이런 꿈 같은 순간이 오히려 우리에게 힘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