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 케네디센터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센터가 다음 달 6일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추첨 행사 대관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관 계약의 투명성, 정치적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미 상원이 공식 조사를 착수했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26일 전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케네디센터와 FIFA 간 계약서다.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가 입수한 문서에는 FIFA가 케네디센터 콘서트홀을 포함한 주요 시설을 11월 24일부터 12월 12일까지 사용하면서도 대관료가 ‘0달러’로 기재돼 있다. 시설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FIFA가 기부금 또는 후원금 형식으로 총 74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것이 케네디센터 측 설명이지만, 기부 방식의 이유와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 셸든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케네디센터 리크 그레넬 사장에게 보낸 공문에서 “센터가 수익 수백만 달러를 포기하고 예술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심각한 관리 부실이 발생했다”며 “시설의 무상 사용은 센터의 법정 임무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케네디센터는 국가 예술기관으로, 공연 예술을 보급하고 관련 교육·문화행사를 운영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특히 대관료 대신 기부금 구조가 선택된 이유, 행사 유치를 위해 기존 공연 일정이 변경·취소된 사실 여부, 이사회 승인 여부 등 관련 자료를 오는 12월 4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케네디센터는 이러한 비판을 “정치적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레넬 사장은 성명을 통해 “FIFA가 수백만 달러를 지불했고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단순 대관료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기관의 운영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센터 측은 FIFA가 제시한 기부금 또는 후원금 방식의 정확한 근거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케네디센터 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센터를 장악했다”고 발언하며 보수 성향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 월드컵 조추첨 역시 트럼프의 추천으로 유치된 것으로 알려졌고, FIFA가 이번 행사에서 신설한 ‘평화상’을 트럼프에게 수여할 계획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FIFA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도 의혹을 키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친분을 유지해왔으며, 월드컵 유치 과정과 각종 국제행사에서 공개적인 협력 관계를 보여왔다. FIFA는 최근 트럼프 타워에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디애슬레틱은 “FIFA 조추첨은 상원의 조사와 정치적 충돌이 겹치면서 월드컵의 공식 시작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정치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