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호가 9월12일 KIA전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 홍성호(28)는 올해 짧고 강렬한 시즌을 보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퓨처스리그(2군)에서 절치부심하다가 1군 출전 기회를 잡은 홍성호는 한풀이하듯 배트를 휘두르며 단숨에 중심 타선을 꿰찼다. 이제부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지만 9경기 만에 불의의 부상을 입으며 다시 엔트리에서 이탈했다.
“너무 간절했던 것 같아요” 최근 만난 홍성호는 지난 9월20일 인천 SSG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홍성호는 두 번째 타석인 4회 2루타를 쳤고 후속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가 나오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왼손을 뻗어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슬라이딩이 아니었다면 아웃될 타이밍이었다. “그 순간 왼손이 너무 아팠어요. 근데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거예요.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끝까지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습니다”
홍성호는 그 상태로 홈 베이스까지 밟아 1득점을 올렸고 남은 타석을 모두 소화했다. 마지막 타석인 9회에는 안타를 또 쳤다. 팀이 2-15로 완패한 경기에서 홍성호는 4타수 2안타 1득점을 올렸다.
경기가 끝나고 손가락 통증은 심해졌다.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으나 날이 밝자 더는 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구단에 급히 알렸고 인천 숙소에서 병원으로 향했다. 검진 결과는 왼쪽 엄지손가락 인대 파열. 수술대에 올랐다. 9월9일 콜업돼 12일 KIA전에서 1·2호 홈런을 한 번에 때렸고 18일 키움전에는 9회말 대타로 출전해 첫 끝내기 안타를 치는 등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홍성호의 짧은 시즌이 그대로 끝났다.
“이제야 좀 야구가 되나 싶었는데…살면서 한 번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순간에는 그냥 간절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후회하기엔 늦었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안 하려고요”
9월18일 잠실 키움전에서 두산 홍성호가 9회말 2사 1, 2루 대타로 나가 우전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약 두 달간 독한 재활 훈련을 거쳤다. 수술 직후부터 아파도 계속 손에 재활 도구를 쥐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번 주는 드디어 기술 훈련에 돌입한다. 검진 당시 재활까지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는데 일단 그보단 빠르게 배트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몸 상태에 따라 내년 스프링캠프 합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가 프로 10년 차인데 1군에서 그래도 속 시원하게 보여준 게 올해 9월이었거든요. 그전까지는 솔직히 야구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까지 했어요. 막상 9월을 보내고 나니까 욕심이 나더라고요. 원래 성격이 무던한 편인데 야구장에서는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공은 내가 다 잡는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야구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지금도 최대한 빨리 야구를 하려고 의욕을 불태우면서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퓨처스리그는 일찍이 평정했다. 올해도 북부리그 홈런상(11개)과 타점상(63타점)을 받았다. 9월초 1군에 콜업돼 약 한 달을 비웠는데도 역전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수집한 2군 트로피만 6개다. 홍성호는 KBO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 2개를 쥐고 “상을 퓨처스리그에서만 받았는데 내년에는 1군에서 받겠다”고 했다.
“타점상이 가장 욕심납니다.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경기에서 타점을 많이 올렸다는 건 그만큼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거니까요. 타격상은 다 받아보고 싶어요. 기회가 온다면 내년에는 3인분이 아니라 5인분 몫도 다 하고 싶습니다. 많이 안 다쳤으니까 팬분들도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고 내년에는 다시 건강하게 야구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두산 홍성호가 24일 KBO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른 뒤 인터뷰하고 있다. 유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