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8월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2026년 월드컵 조추첨식 개최를 발표한 뒤 월드컵 티켓 모형을 들고 있다. EPA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북중미월드컵 조추첨을 앞두고 새로 제정한 ‘FIFA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오는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에서 첫 수상자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개인을 기리는 상”이라는 설명이지만, 정작 선정 기준과 과정은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국제 인권단체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3일 보도했다.
FIFA는 지난 11월 5일 ‘축구가 세계를 하나로 묶는다’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평화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축구는 평화를 상징하며, 미래 세대에 희망을 주는 이들을 기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첫 수상자는 2026 월드컵 조추첨에서 공개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행사에 참석한다.
인권단체 HRW(Human Rights Watch)는 FIFA에 공식 서한을 보내 “수상자 선정의 기본 절차조차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HRW는 인판티노 회장에게 평가 기준, 선정 기준 공개 여부, 후보군 결정 과정, 심사요원과 자격 요건 등을 질문했지만 FIFA는 답하지 않았다. HRW 글로벌 이니셔티브 디렉터 민키 워든은 “노벨평화상은 인권·민주주의를 위해 큰 희생을 치른 인물에게 수여되지만, FIFA 평화상은 후보·기준·심사위원이 모두 없다”며 “정당성 없는 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국제 분쟁 문제에 적극 발언하며 “평화의 중재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이스라엘-가자지구 휴전 협상 관련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평가했고, 에집트에서 열린 휴전 회담에도 깜짝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FIFA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FIFA 내부에서도 “평화상 제정 과정이 FIFA 평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