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위로가 우선이었다, 울산의 입장문은 왜?

입력 : 2025.12.0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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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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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축구판을 들썩였던 울산 HD의 내홍이 사실상 사과문 하나로 봉합됐다.

울산은 지난 2일 공식 SNS를 통해 “팬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과 기대에도 K리그1 최종 9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돼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구단과 선수단 모두 뼈아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은 올해 롤러코스터 같은 추락을 경험했다. 지난 3년간 K리그1 우승컵을 독점했던 울산이 마지막까지 강등 위기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1부에 잔류했다.

울산 팬들을 더욱 실망하게 만든 것은 그 과정이었다.

지난해 우승컵을 안겼던 김판곤 감독을 시즌 중반 경질한 것으로 부족해 8월 소방수로 초빙한 신태용 감독까지 부임 2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두 지도자 모두 성적 부진이 경질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선수단 장악에서 한계를 노출한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신 감독은 자신의 경질과 관련해 일부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보다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폭로하면서 큰 충격을 남겼다.

울산은 신 감독의 발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으나 1부 생존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 공개적인 입장은 유보했다. 울산은 시즌이 끝난 뒤 선수단과 의견을 나눈 뒤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정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정승현이 제주 SK와 최종전 뒤 신 감독이 폭행에 가까운 지도 행위를 했다고 폭로했고, 신 감독은 이에 폭행이 아니었다고 반박해 상황이 복잡해졌다.

울산의 정승현이 지난달 3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제주 SK와 K리그1 최종전이 끝난 뒤 선수단 대표로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의 정승현이 지난달 3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제주 SK와 K리그1 최종전이 끝난 뒤 선수단 대표로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국, 울산은 팬들에게 더 이상의 실망을 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입장문이 아닌 사과문 형태로 이번 사태를 정리하게 됐다.

울산이 팬들에 대한 사과에 초점을 맞춘 것은 세 가지 측면으로 풀이할 수 있다. 먼저 울산이 이번 사태를 진실공방으로 끌고갈 경우 조기에 매듭을 짓는 게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팬심도 잃는다. 울산의 평균 관중은 지난해 1만 8611명에서 올해 1만 4465명으로 감소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단과 선수들에 대한 실망도 컸다. 하루라도 빨리 팬들을 사과하고 위로할 필요가 있었다. 울산의 모기업인 HD현대중공업 역시 이번 사태의 빠른 해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선수 보호도 생각해야 했다. 이미 이청용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듯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정승현이 신 감독과 진실공방을 벌일 경우 법정 싸움도 고려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선수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울산이 원래 준비했던 입장문에는 선수의 이름이 담기지 않은 채 구체적인 피해 사실만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수와 감독이 서로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는 모두 확인됐기에 팬들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울산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울산은 9일 마치다 젤비아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원정을 끝으로 올해 시즌이 끝나지만, 내년 2월 첫 경기가 예고돼 시간이 많지 않다. 새 감독을 빠르게 선임한 뒤 올해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면 숨가쁘게 움직여야 한다. 또 울산은 올해 야고와 정성빈, 최강민, 장시영, 심상민, 김민우 등 다른 구단으로 임대를 보냈던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울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정리하는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선수들과 교감을 나눴다. 4일 복귀하는 선수들과는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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