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서포터스가 지난달 30일 성남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뜨거운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부천 FC 제공
“마지막 코너킥을 내줬을 때 응원도 하지 못한 채 숨죽이고 지켜봐야 했다. 결국 무승부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되는 순간, 엉엉 우는 팬들,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팬들이 많았다. 모든 서포터스의 눈은 똑같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K리그2(프로축구 2부리그) 부천 FC 서포터스 ‘헤르메스’ 콜리더 정도운 씨가 지난달 30일 성남 FC와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서포터스를 지켜본 모습이었다. 정 씨는 3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포팅을 이끌어야 하는 나도 온갖 감정이 교차하면서 너무 기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시 부천은 성남과 0-0으로 비겨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지켰다. 부천은 오는 4일 부천에서, 7일 수원에서 수원 FC와 연이어 맞붙는다. 두 경기 합산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면 부천은 내년 시즌 1부로 승격할 수 있다.
부천 팬들은 2006년 연고지 팀을 잃었다. 부천을 연고로 운영돼 온 부천 SK(현재 제주 SK)는 갑자기 연고지를 제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부천시가 소극적인 지원을 하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제주로 간다는 이유였다. 연고 팀을 졸지에 잃은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당시 구단의 행태를 지켜본 오랜 부천 팬들은 지금도 그 상황을 “야반도주”라고 표현한다.
그때부터 부천 팬들은 축구단을 직접 만들기 위해 나섰다. 정치권·기업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노력은 부천 구단을 다시 살렸다. 부천 서포터스는 2007년 11월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 FC 1995’ 창단을 선포했다. ‘1995’는 부천 SK를 응원하기 위해 서포터즈가 결성된 해를 뜻한다. 이듬해부터 부천은 K리그3(당시 4부리그)에 참여했고, 2013년 2부로 승격하며 프로축구 무대에 입성했다. 정 씨는 “팀을 잃은 지 19년 만에, 팬들이 팀을 새로 만들어 2부로 승격한지 13시즌 만에 1부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며 “오랜 시절 팀과 함께한 팬들은 행복해하면서도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일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부천은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와 빌드업, 어느 지점에서든 상대보다 수적 우위를 점하는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영민 감독이 적은 예산과 소규모 연봉 속에서 있는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조련했다. 물론 1부 구단으로 이번 시즌 득점왕 싸박이 뛰는 수원FC보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다소 밀린다. 정 씨는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도 서포터스는 너무 행복하고 선수들이 대견스럽다”면서도 “그래도 마지막 두 경기에서 1부 승격을 향한 희망을 걸고 서포팅하겠다”고 말했다.
부천 서포터스는 홈경기마다 골대 뒤 가변 관중석을 가득 메운다. 약 600명 안팎이 한결같이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는 게 인상적이다. 정 씨는 “서포터스 단체 SNS이 불이 나고 있다”며 “이런저런 서포팅을 하자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선수들과 함께 뛰고 함께 싸우겠다는 서포터의 의지가 담긴 문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씨는 “우리가 승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는 그저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승격을 위해 더 뜨겁게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부천 열혈팬으로 재창단을 이끈 신동민 씨는 “그동안 너무 속상해 괴로워하면서 울면서 보낸 순간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가고 있다”며 “머리로는 차분하게 기다리려고 하는데 마음은 너무 떨리고, 설레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