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리 조나탄이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로 PK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때로는 과도한 열정이 화를 부른다. 1부를 향한 희망에 고무된 선수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관중석에서도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졌다. 그 힘이 상대를 짓눌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일찌감치 꽃가루까지 뿌리며 한호했던 홈팀은 예상하지 못한 실수 하나에 무너졌다. 승자는 옛 악연을 설욕하겠다며 인내하던 원정팀 제주 SK였다.
김정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제주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유리 조나탄의 페널티킥(PK)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 삼성을 1-0으로 눌렀다.
승자만 내년 1부에서 뛸 수 있는 두 팀의 운명은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치르는 PO 2차전에서 갈린다.
제주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019년 홈 최종전에서 수원에 2-4로 패배해 2부로 강등됐던 아픔을 되갚을 수 있다. 반대로 수원은 남은 90분 반드시 승리해야 2년 만의 1부 승격을 기대할 수 있다.
이날 경기의 주도권을 쥔 쪽은 홈팀 수원이었다.
수원은 2부 강등 2년째인 올해 1부에 못지않은 관중(평균 1만 2048명)을 자랑한다. 다시 1부로 올라갈 수 있는 첫 관문에서도 무려 1만 8715명의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었다. 제주 역시 원정까지 적잖은 팬들이 응원에 나섰지만 관중석 규모에선 비교도 되지 않았다.
변성환 수원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얼마나 1부로 가고 싶은지 간절함을 물었다”면서 “피지컬과 응집력, 집중력 등을 주문했다. 위닝 멘털리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골피커 김동준이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수원 삼성의 공세를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은 그 기대대로 제주를 거세게 몰아쳤다. 전반 1분 이민혁의 중거리슛으르 시작으로 전반 7분 김지현의 터닝슛, 전반 28분과 41분 브루노 실바의 슈팅이 제주의 골문을 향했다. 수원이 전반전 8개의 슈팅을 쏟아내는 사이 제주의 슈팅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수원의 거침없는 공세에 고무된 홈 팬들은 승리를 예감하는 듯 했다. 관중석에서 흩뿌리는 꽃가루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산 응원은 이미 승자의 자세였다.
그러나 제주는 수원의 공세를 견디며 찬스를 기다렸다. 김정수 감독대행이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흐름대로 가자”고 주문한 그대로였다. 기다림은 결과물로 나왔다. 제주는 후반 12분 김승섭의 크로스가 수원 수비수 권완규의 팔에 맞은 것이 PK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에서 “핸드볼 반칙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제주는 7분 뒤 역습 찬스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유인수가 PK를 얻어냈다. 유인수가 페널티지역에서 쇄도하는 과정에서 공중볼을 걷어내려던 수원 김민준 골키퍼와 충돌해 넘어졌다. 심판은 단호히 PK를 선언했다. 그리고 유리 조나탄이 후반 22분 침착하게 PK 찬스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으로 기울었던 승부의 균형이 거꾸로 제주로 흐른 순간이었다.
제주는 남은 시간에도 인내의 힘을 보여줬다. 상대의 일방적인 공세에 막아내고 막아냈다. 제주의 단단한 수비는 90분을 넘어 무려 10분의 추가시간도 잘 막아내면서 승리도 지켰다. 마음이 급한 수원의 공세는 단조롭기만 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에 환하게 웃은 제주 선수들이 머무는 골대 주변의 꽃가루는 수원이 아닌 제주의 승리를 축하하는 세리머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