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 대한축구협회 SNS
미국프로농구(NBA)의 살아있는 전설 샤킬 오닐이 바구니에 담긴 첫 공을 꺼낸 순간 탄성이 나왔다. 2번 포트의 운명을 결정짓는 그의 손에는 한국의 이름이 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아닌 멕시코 월드컵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한국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15위)와 남아프리카공화국(61위), 유럽 플레이오프 D조의 승자와 함께 A조에 묶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처음 2번 포트에 이름을 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가장 강력한 상대들이 모인 1번 포트에서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모두 피하는 성과를 냈다. 공동 개최국 가운데 캐나다를 만나는 게 최선이었지만, 멕시코도 차선은 된다.
3번 포트에서도 행운이 따랐다. 미국프로야구(MLB) 타자 애런 저지가 포트 3번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낮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A조로 합류시켰다. 까다로운 노르웨이와 이집트 대신 남아공과 한 조로 묶이면서 조별리그 통과의 부담을 덜어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 |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3월 유럽플레이오프 D조에서 덴마크(21위)와 체코(44위), 아일랜드(59위), 북마케도니아(65위) 가운데 누가 올라오느냐 정도가 변수이지만 이탈리아가 속한 유럽플레이오프 A조를 피하면서 ‘죽음의 조’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멕시코와 A조에서 1위를 다퉈야 하는 홍 감독은 “멕시코가 홈 이점이 있지만, 우리도 좋은 준비를 해서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A조에 낙점되면서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같은 지역에서 치르는 것은 한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전부다.
한국은 내년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유럽플레이오프 D조의 승자와 1차전을 치른 뒤 19일 같은 장소에서 멕시코와 2차전, 25일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남아공과 3차전에 나선다. 과달라하라에서 몬테레이까지 항공편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
객관적인 전력을 따진다면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스포츠매체 ‘ESPN’은 “A조에선 멕시코와 한국, 유럽플레이오프 D조의 승자, 남아공의 순으로 조별리그 순위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48개국으로 본선 참가국이 확대된 이번 대회는 각 조의 1~2위와 함께 3위 중 상위 8개국까지 32개국이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린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개최국인 멕시코부터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까지 총 18번의 본선 무대를 밟은 단골 손님이다. 최고 성적은 8강(1970년·1978년)이다. 과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레알 마요르카에서 지도했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는 화려한 개인기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무장했다. 멕시코의 주요 선수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풀럼에서 뛰는 라울 히메네스와 메이저리그사커(MLS) 샌디에이고 소속인 이르빙 로사노가 있다.
상대 전적은 5승3무8패로 열세다. 월드컵 본선에선 2전 전패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선 하석주가 선제골을 넣고도 백태클로 퇴장을 당하면서 1-3으로 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손흥민(LAFC)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치며 1-2로 졌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이었던 9월 미국 원정 평가전에선 손흥민과 오현규(헹크)가 골 맛을 보면서 2-2로 비겼다.
최약체로 분류되는 남아공은 미지의 상대이자 1승 제물로 지목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는 세 차례 참가해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예선에선 C조에서 전통의 강호인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1위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는 점에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한국과는 이번이 첫 대결이다. 홍 감독이 이끌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1승 제물로 여겼던 알제리에게 참패하며 대회를 망쳤다는 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첫 상대인 유럽플레이오프 D조의 승자로는 덴마크와 체코가 거론되고 있다. 덴마크는 FIFA 랭킹 21위로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 상대 전적은 1무1패로 열세다. 체코는 역대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결승(1934년·1962년)에 올랐지만 최근 네 번의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체코 역시 상대 전적에선 1승2무2패로 한국이 열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