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0명 뛴 수원에 2-0
승강 PO 2차전도 승리
6년전 악연 드디어 끊고
천신만고 K리그1 ‘생존’
제주SK 선수단과 팬들이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승강 PO 2차전에서 잔류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은 선제골 주인공 김승섭. 연합뉴스
프로축구 제주 SK 왼쪽 날개인 김승섭(29)은 지난 11월 국군체육부대(김천 상무) 전역을 신고하는 자리에서 “팬들이 뭘 원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강등 위기에 몰린 제주를 반드시 1부에 잔류시키겠다는 각오였다. 그 약속이 바로 그의 발 끝에서 실현됐다.
김정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제주는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김승섭과 이탈로의 연속골에 힘입어 10명이 뛴 수원 삼성에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3일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제주는 1~2차전 합계 3-0으로 내년에도 K리그1(1부)에서 뛰게 됐다.
수원과의 해묵은 악연도 갚았다. 제주는 2019년 11월 24일 수원과 마지막 홈경기에서 2-4로 패배해 꼴찌로 K리그2(2부)에 강등된 아픔을 겪었다. 김정수 감독대행은 경기 전 “(우리 선수들은) 강등의 쓰라림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거꾸로 수원의 승격을 가로막겠다고 강조했다. 그 다짐이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래 최다인 1만 8192명 앞에서 이뤄졌다.
김천 상무에서 K리그1 최고의 왼쪽 날개로 성장한 김승섭이 선봉장이 됐다. 김승섭은 올해 김천에서 33경기를 뛰면서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전역한 그는 제주 선수로 뛴 나머지 6경기(2골)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골 맛을 봤다. 김승섭은 제주가 2부로 다이렉트 강등할 뻔 했던 울산 HD와 정규리그 최종전(1-0 승)에서 결승골로 11위를 확정지어 생존의 희망을 안겼다. 그리고 1부 잔류를 결정짓는 수원과 승강 PO 2차전에서도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불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 폭죽을 쏘아 올렸다.
제주 김승섭(왼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55초 만에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승섭은 불과 55초 만에 페널티 지역 왼쪽 측면에서 팀 동료 유리 조나탄이 건네준 공을 잡고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면서 왼발슛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역대 승강 PO 최단기간 득점 신기록이었다. 김승섭의 장점인 돌파에 마무리 능력까지 더해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제주는 김승섭의 선제골과 1차전의 1골을 묶어 2골차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행운까지 따랐다. 제주 이준하가 전반 41분 수원 이기제에게 걷어차인 것이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퇴장으로 이어졌다. 원래 경고만 줬던 송민석 주심은 “(이기제가) 스터드(축구화 아래 날카로운 부위)로 정강이를 찬 것이 확인돼 퇴장으로 번복한다”고 설명했다.
2부로 떨어졌던 6년 전 이창민이 퇴장을 당하면서 무너졌던 제주는 이번엔 반대의 상황 속에서 10명이 뛴 수원을 상대하며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이탈로가 전반전 추가시간 수원 진영에서 뺏은 공을 잡아챈 뒤 페널티 지역을 과감히 파고 들어 오른발슛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사실상 제주의 승리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수원도 5500여명의 원정 응원을 등에 업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면서 맥 없이 물러났다.
수원은 2023년 K리그2 강등 이후 2년 만에 승강 PO에 나갔으나 1부로 돌아올 기회를 놓치면서 내년에도 K리그2에서 1부 승격을 위해 다시 도전하게 됐다.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변성환 수원 감독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