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하나은행 이이지마 사키가 8일 인천 신한은행과의 홈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WKBL 제공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은행이 6승 1패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오며 리그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프리시즌 하위권 후보로 꼽혔던 하나은행의 돌풍은 이이지마 사키의 공격 본능과 박소희, 정현의 폭풍 성장이 만들어냈다.
하나은행은 8일 신한은행을 69-58로 꺾고 5연승을 질주했다. 2위 청주 KB(4승 2패)와 1.5경기 차를 벌리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후 한 번도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적 없는 하나은행으로서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번 시즌 하나은행 돌풍의 중심에는 사키가 있다. 지난 시즌 부산 BNK에서 수비와 허슬플레이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도왔던 그는 올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에 합류하며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수비형 포워드에서 제1옵션 공격수로 역할이 바뀌면서 경기당 평균 19점대 득점으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랐고, 3점 성공률 43.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9.63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사키는 우리은행전과 BNK전 등 접전에서 20점을 넘기며 흐름을 틀어막는 해결사 임무를 수행했다. 1라운드 5경기 평균 19.2점 7.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아시아쿼터 선수로는 첫 수상이다.
사키는 자신의 공격 본능을 하나은행에서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범 감독 지시에 따라 자신 있게 슛을 쏘며 제1옵션 공격수로 팀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베테랑 김정은을 대체할 새로운 득점원이 필요했고, 사키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천 하나은행 박소희. WKBL 제공
여기에 박소희의 비약적 성장이 팀 전력 상승의 또 다른 축을 담당했다. 신한은행전에서 3점 4개를 포함해 20점을 폭발시킨 박소희는 지난 시즌 경기당 5.1점에서 올 시즌 12.14점으로 득점력이 두 배 이상 늘었다. 3점 성공률도 16.9%에서 32.5%로, 2점 성공률은 34%에서 41.9%로 대폭 개선됐다.
박소희는 예전에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다가 늦게 슛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공을 잡았을 때 수비수가 떨어져 있으면 주저 없이 바로 던지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사키가 합류하면서 팀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 것도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부천 하나은행 정현. WKBL 제공
프로 2년 차 정현의 급성장도 눈부시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0분 32초 출전에서 올 시즌 30분 31초로 출전 시간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3점 성공률이 11.1%에서 40%로 급등하며 골 밑 수비와 리바운드는 물론 코너 3점까지 책임지는 만능 자원으로 성장했다.
정현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리바운드와 수비를 먼저 챙기면 득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팀 인사이드 공격이 강해 반대쪽 코너에 공간이 생기면서 3점 기회가 늘어난 것도 득점 향상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감독은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리바운드와 수비로 기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이런 식으로 성장하면 2~3년 후 최고 수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나은행은 검증된 에이스의 공격 폭발과 젊은 선수들의 폭풍 성장이 맞물리며 최하위 후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이 감독은 1라운드에서는 상대 팀들이 하나은행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2라운드부터 본격적인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2라운드 성적이 시즌 전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